방송대는 되고 공주대는 안돼…국립대 총장 직권임용 논란만 키워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공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년여 동안 공석 중인 총장의 임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교육부가 장기 공석 상태였던 국립대 총장을 직권으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재심의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는 과거 부적격 판정을 했던 후보자를 직권임용한 반면 공주대는 임용을 보류했다. 교육부가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고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던 과거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대학 다 소송 대법원 계류 중인데 방송대 총장만 임용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가 공주대 총장 임용제청을 보류한 가장 큰 이유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 때문이다. 공주대는 박근혜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최초의 국립대다. 2014년 3월 이후 무려 46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당시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하자 1순위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1·2심 모두 후보자가 승소하자 교육부가 2015년 2월25일 상고했다.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본부가 제출한 것처럼 새로운 후보 선정 절차를 밟게 되면 판결 결과에 따라 임용 절차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대법원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송대와 비교하면 일관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대도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긴 마찬가지다. 방송대는 총장 공석 기간이 공주대 다음으로 길다. 2014년 9월부터 40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교육부가 이유를 대지 않고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하자 방송대도 1순위 후보자가 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후보자가 승소했다. 2심에서는 교육부가 승소했다. 1·2심 결과로만 보면 방송대는 대법원에서 교육부가 승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방송대는 총장을 직권임용하고 공주대는 보류했다.

손수진 공주대 교수회장은 "방송대와 공주대는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함께 계류 중"이라며 "2심에서 후보자가 패소한 방송대는 총장으로 임용하고, 2심에서도 후보자가 승소한 공주대 총장임용은 연기한 것은 원칙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1순위 후보 수용 놓고 학내 구성원 갈등 상황도 비슷

교육부가 박근혜정부 때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기존 1순위 후보자를 방송대 총장으로 임용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구성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학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방송대는 1순위 후보자였던 류수노 교수의 총장 임용 수용을 두고 교수와 직원·학생 의견이 달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자체 투표 결과 교수들은 총장 후보자를 새로 뽑겠다는 의견이 많았다(73.7%). 직원과 학생들은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용해 달라는 단일 의견을 제출했다. 구성원 의견 수렴 과정에서 2순위 후보자가 사퇴해 1순위 후보자만 남았다.

교육부는 "구성원의 합의된 의사를 재요청했으나 '구성원별 의견 반영비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성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학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총장 공석 상황을 조속히 해소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해 총장 임용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후보자를 총장으로 수용할지 새로운 후보자를 뽑을지를 두고 학내 갈등이 계속되기는 공주대도 마찬가지다. 공주대는 대학본부가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후보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전체 유권자의 55.8%가 참여해 87.7%가 '새 후보 선정'에 찬성했다.

공주대 교수회와 총학생회, 직원노조는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며 반발하며 투표에 반대했다. 대학본부가 주도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전체 교수 중 55.0%가 참여했다. 직원 참여율이 68.6%로 가장 높았고, 학생은 34.6%만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주대 A교수는 "투표에 참여한 교수는 새로 뽑자는 쪽이 많았을 것이고, 불참한 교수는 1순위 후보자 지지자이거나 둘 다 싫은 쪽이었을 것이다. 어느 대학이나 무조건 참여 안 하는 교수도 10%가량은 된다"고 전했다. 교수사회 의견도 갈려 있는 셈이다.

교육부도 이 사실은 알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주대와 방송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방송대는 교수, 직원, 학생 의견이 확연이 다르지만 각 집단 안에서는 갈등이 없다. 공주대는 교수회 안에서도 갈등이 있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방송대와 세부 상황은 다르지만 공주대 역시 학내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인 것이다. 공주대 교수회는 대학본부의 온라인 투표에 반대한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수차례 보냈다. 교육공무원법과 공주대 규정에 따라 총장후보자 선정 권한은 총장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선관위)에 있고, 대학본부의 온라인 투표는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는 것이다.

공주대 교수회, 총학생회 등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1순위 후보자의 총장 임용'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최동호 공주대 총학생회장은 "방송대는 공주대와 마찬가지로 70%에 달하는 교원의 반대 등 엄청난 학내 갈등이 있었으나 대학 정상화를 우선시해 1순위 후보자를 총장에 임용했다"며 "이는 정책의 형평성에도 크나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적폐 청산한다더니…교육부 책임 회피로 갈등만 유발

장기공석 국립대 총장을 직권임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논란은 교육부의 책임 회피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대 총장 장기공석 사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함께 대표적 교육적폐 가운데 하나인데 교육부가 이를 처리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대학평가를 수단으로 국립대를 압박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다. 박근혜정부는 간선제로 선출한 후보조차 잇따라 명확한 이유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해 사실상 민주화 이전의 '임명제'로 회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교육부는 지난해 8월29일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총장 장기공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직권 임용제청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과거 추천됐다가 임용제청이 거부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새로 적격 여부를 심의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자에 대한 수용 여부를 대학에 묻는 방식이었다.

재심의 결과 전주교대와 방송대는 1·2순위 후보자가 모두 적격 결과를 받았다. 공주대는 1순위 후보자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 광주교대는 두 후보 모두 부적격 결론을 내리고 재추천을 요구했다. 전주교대 역시 2015년 2월부터 35개월째, 광주교대는 2016년 10월부터 15개월째 총장 자리가 비어있다.

전주교대는 전체 구성원 대상 투표를 실시해 2순위 후보였던 김우영 교수의 총장 임용을 수용한다는 뜻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김 교수를 총장에 임용했다고 밝혔다. 방송대도 1순위 후보였던 류수노 교수를 총장에 직권임용했다.

대학가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교육부가 기존 후보자를 재심의해 '적격 결정'을 내리고도 다시 대학 구성원에게 수용 여부를 확인한 것은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국국공립대학교노동조합는 "교육부가 내린 적격 판정을 수용할 것인지 대학 구성원에게 다시 묻는 것은 대학 구성원 간 갈등을 유발할 뿐"이라며 "교육부가 그동안 아무런 이유를 대지 않고 임용 제청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교묘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A교수는 "교육적폐라고 해서 고치겠다고 했으면 바로 교육부가 바로 직권으로 임용제청을 했으면 되는데 교육부가 과거 한 일에 대해 책임질 일을 안 만들겠다고 하다 보니 일이 꼬였다"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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