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6개월내 전량처분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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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까지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처분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뢰보호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기존 신규순환출자 관련 유권해석을 뒤집음에 따라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생겨난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해서다.

공정위는 26일 삼성그룹에 " 2015년 9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난 만큼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는 처분 대상"이라는 입장을 26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21일 전원회의를 통해 제정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이하 예규)'이 이날부터 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예규는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하고 있다. 즉 삼성은 오는 8월26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한다. 지난 23일 종가(13만3000원) 기준으로 537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순환출자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안에서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에, C계열사는 A계열사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순환출자를 공정거래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선 인정하되 순환출자 강화나 합병 등으로 새롭게 추가되는 순환출자를 법으로 막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5년12월 순환출자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던 삼성SDI와 고리 밖에 있던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에 대해 순환출자고리가 '강화'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삼성SDI가 갖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4.7%) 중 500만주(2.6%)를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2016년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이러한 공정위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위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015년 공정위의 삼성SDI에 대한 삼성물산 주식매각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12월 가이드라인을 바꾼 것이다.

이로인해 국민이 법을 믿고 신뢰하면 정부가 이를 보호해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삼성이 가지고 있는 신뢰라고 하는 법익과 공정위의 판단을 바로 잡음으로써 얻게 될 공익, 이 2가지를 비교하는 문제"라며 "삼성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예규를 제정함에 있어 국무조정실의 사전규제심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국무조정실은 예규가 규제심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문제제기도 별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예기간 종료 후에도 통보내용대로 순환출자 해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 형사처벌 등을 부과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순환출자 주식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법위반 해소시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