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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중국을 사로잡은 일본산 탁구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입력 : 2018.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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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살다 보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가 탁구다. 아파트 단지 내 야외 탁구장에서 탁구를 즐기는 남녀노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력도 상당하다. 긴 랠리가 이어지고 스매싱도 어렵잖게 받아낸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웬만한 선수 못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동의 세계 1위, 중국 탁구의 저력이 이런 넓은 저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동호회도 활성화돼 있다.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에도 탁구 모임이 생겼다.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운동량도 많아 인기다. 자칫 삭막할 수 있는 타지 생활에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동아리에 가입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탁구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동네 문방구에서 산 몇천 원 짜리 탁구채 탓인가 싶어 채를 바꿔 보기로 했다. 추천을 받아 탁구용품 전문점을 찾았다. 진열돼있는 많은 탁구채들이 가게의 내공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만원쯤이면 충분히 좋은 걸로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블레이드(나무판)만 20만~30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 적지 않았고 몇만 원을 넘는 러브(고무판)는 별도 구매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따로 진열돼있는 버터플라이(Butterfly) 라는 브랜드가 제일 좋아 보였다. 물어보니 일본 브랜드라고 한다. 가장 많이 찾고 품질도 좋다고 했다. '한번 질러 봐'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예산으로 잡았던 10만원 내에서 탁구채 구입을 마쳤다. 버터플라이 제품은 가격대가 맞지 않아 사지 못했고, 더 저렴한 유럽 제품을 택했다.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탁구용품의 신세계를 알게 된 신선함도 있었지만 탁구 세계 1위 중국을 사로잡은 일본산 탁구채의 위용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일본의 다마스. 세계 최고의 탁구용품회사라고 한다. '탁구가 존재하는 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을 기업'이라는 명성까지 붙었다. 부품, 소재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중국에서 기업이나 경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중국이 갈수록 어려운 시장이 돼 간다는 거다. 조선, 화학, 휴대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그동안 우리 먹거리가 됐던 산업들은 턱밑까지 쫓아왔고, 전기자동차, 드론, 공유경제, 전자상거래,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 있다는 평가도 많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확인된 정치적 리스크도 크다. 당과 정부 영향력이 큰 나라인 만큼 자국 기업 밀어주기도 노골적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등 우리 대표 제품마저 고전하다 보니 중국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 기업들도 많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액만 1조2948억 달러로, 러시아(2016년 GDP 1조2807억 달러)만한 경제가 1년만에 생겼을 정도다. 기업 입장에선 기회가 클 수밖에 없다.

결국은 기업 경쟁력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 일본 경제가 이를 보여준다. 센카쿠 분쟁을 겪은 2012년 9.8%를 기록했던 일본의 중국 수입 시장 국가 점유율은 이듬해인 2013년과 2014년 연속 8.3%로 떨어졌지만 이내 힘을 내 2016년(9.2%)과 지난해(9.0%) 9%대로 다시 상승했다.

사드 이후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물론 보복 조치도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 경쟁력이다. 외교는 거들 뿐. 중국 탁구용품점에서 문득 마주친 '일본산 탁구채'를 본 단상이다.

[광화문]중국을 사로잡은 일본산 탁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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