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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안방보험 회장, 항우의 '금의야행'(錦衣夜行) 실수 저질렀다

[길게보고 크게놀기]과도한 레버리징과 무분별한 확장이 결국 발목잡아…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선 ‘로키’(low-key) 유지해야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2.28 06:30|조회 : 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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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진나라 멸망 후 수도인 함양을 차지한 항우한테서 유래한 말이다. 항우는 신하가 함양을 수도로 삼을 것을 권유하자, “부유해진들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누가 알아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의야행은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남 앞에서 드러내지 않는 것을 뜻한다. 힘과 권세를 내세우며 반대의 길을 택한 항우는 결국 유방에게 패했다. 부귀영화의 정점에서 금의야행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52)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걸친 구정 연휴가 끝나자 마자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안방보험을 1년동안 위탁 경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간 폭풍 성장하면서 온갖 루머가 난무했던 안방보험은 결국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인 우 회장의 손을 떠났다.

안방보험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160억달러(약 17조원)를 해외 인수합병에 사용했다. 2014년 10월 뉴욕의 명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5천만달러(약 2조1천억원)에 매입했고 일주일 만에 벨기에 피데아 보험을 2억2천만유로(약 291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260년의 역사를 가진 벨기에 간판은행 델타 로이드의 지분 100%를 2억1900만유로(약 2900억원)에 매입했다.

안방보험은 2015년 6월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우리 나라 보험시장에도 진출했다. 2016년 12월에는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인수하며 우리 나라에서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

◇해외 인수합병 4대천왕 중 첫 번째 희생자가 된 안방
2015년과 2016년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이 급증하던 시절, 안방보험과 완다그룹, 하이난항공, 푸싱그룹은 해외 인수합병의 4대천왕으로 불렸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거침없이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섰으나 곧 상황이 반전됐다.

2015년 8월 위안화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 절하가 지속되자 중국의 해외자본 유출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2016년 말부터 자본유출 통제에 나섰고 중국 기업의 해외 M&A도 통제하기 시작했다.

안방보험과 완다그룹, 하이난항공, 푸싱그룹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기업은 안방보험과 완다그룹이다. 중국 최고 부호인 왕지엔린이 이끄는 완다는 부채로 인한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자 대대적인 자산매각을 실시하며 유동성 관리에 나섰다. 완다는 당장 급한 불은 끈 듯하다.

안방보험이 중국 당국의 주요 타깃이 된 건 보험업 특성 때문이다. 보수적이어야 하는 보험업에서 안방보험의 행태는 정반대였다. 2004년 보험업을 시작한 안방보험의 자본금은 2014년 619억위안(약 10조5천억원)으로 10년 만에 100배 넘게 증가하며 중국 보험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만 499억위안(약 8조5천억원)을 증자했다. 업계 2위의 자본금보다 많은 금액이다.

특히 안방생명의 확장속도는 마술을 부린 것처럼 빨랐다. 2010년 7월 영업을 시작할 때, 안방생명보험의 총자산은 자본금 5억위안에 불과했으나 2016년 말 기준, 총자산이 약 1조4500억위안(약 247조원)으로 늘었다. 이중 해외자산이 약 9000억위안(약 153조원)에 달했다. 2015년 인수한 동양생명의 자산을 포함한 금액이다.

최근 안방보험이 부린 마술의 비밀이 밝혀졌다. 마술은 없었다. 속임수였다. 안방보험의 증자는 대부분이 순환출자로 드러났다. 2017년 4월,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안방보험의 자본금 619억위안 중 적어도 300억위안이 순환출자와 교차소유를 통해 부풀려진 허수라고 보도했다.

◇워런 버핏을 추종한 우샤오후이
우샤오후이 회장은 워런 버핏의 방법도 사용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Geico), 미국 최대 재보험사 제너럴 리를 인수한 후 수입보험료를 이용해서 유망 기업에 투자했다. 보험료가 보험금으로 지급되기 전까지 장기간 공짜나 다름없이 보험료를 빌려 쓴 셈이다.

지난해 안방생명의 수입보험료는 1364억위안(약 23조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100% 넘게 증가한 규모다. 안방은 수입보험료로 얻은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무차별적인 중국 상장기업 사냥에 나섰다.

안방은 초상은행 지분 10.7%를 보유하고 민생은행 최대 주주(지분 15.5%)가 되는 등 중국 자본시장에서 마치 글로벌 헤지펀드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논란도 커졌다. 안방의 몰락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다.

안방보험의 성장 비결은 고도의 레버리징이다. 우선, 순환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용해 보험판매를 늘리고, 손에 쥔 수입보험료로 상장기업 지분과 해외자산을 매입했다.

안방보험의 몰락 원인은 디레버리징이다. 안방보험의 위탁경영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태자당의 돈줄 역할을 해온 안방보험 장악을 통해 태자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과도한 부채축소를 위해 디레버리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말 기준, 중국 경제의 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256%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다. 부채의존형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이 3년 안에 부채비율을 통제가능한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로키’(low-key)를 유지해야 한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후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돈을 흥청망청 써대면서 정부나 국민의 눈 밖에 나서는 좋을 게 없다.

지금처럼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부의 축적과정에서 꽌씨를 이용했을 때는 더 그렇다. 중국은 금의야행의 이치를 깨우치고 실천하는 부호들만 오랫동안 부호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우샤오후이는 항우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2월 27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현
김재현 zorba00@mt.co.kr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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