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낭송회 논란…문체부 "별도 개입 없었지만 세심한 주의"

지난해 11월 대전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고은 시인이 대학원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지원한 한 인문활동가가 최근 고은 시낭송회를 진행한 것이 논란이 되자 해당 지원 사업 내 유사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전라북도 군산 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고은 시 공연 시 낭송회 '생의 적막과 소란 속에서'가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군산 지역 시 낭송 모임인 '풀꽃 시낭송회' 회원 2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에서는 '가을편지', '등대지기' 등 고은 시인의 작품 14편이 노래와 춤 등의 공연과 함께 낭송됐다. 행사 포스터에는 주최 문체부, 주관에 진흥원을 명기했다. 하지만 고은 시인에 대한 성추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문체부는 28일 오후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해당 행사는 군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문활동가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기획·운영한 '시 발성법 및 낭독법'이라는 프로그램의 최종 성과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인문 분야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인문활동가'로 양성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시설과 동아리 등에 파견하는 '인문활동가 양성‧파견사업'을 전국 17개 기초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다. 인문활동가는 지역 특성과 본인 전공영역 등에 맞춘 창의적인 인문활동을 기획‧운영하고, 문체부와 진흥원은 각 인문활동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활동비 및 프로젝트 수행비 지급, 우수사례 홍보 등을 통해 이들의 활동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이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사업 참여 당시부터 지역 출신 문인 가운데 고은 시인을 자체 선정해 자율적으로 시 낭송회를 계획했다"며 "포스터상의 행사 주최, 주관 명기는 인문활동가가 해당 사업에 대한 주최·주관을 차용해 명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활동가가 지급받은 프로젝프 수행비 일부를 대관료로 사용했으나 행사의 주제나 내용, 그 외 행사 비용에 대해서는 문체부와 진흥원 차원의 개입이나 별도 지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이 인문활동가에세 프로젝트 수행비 200만원을 지원했고, 인문활동가는 이 비용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문체부에 따르면 이 활동가는 프로젝트 수행비 중 123만원을 대관비로 사용했고, 그 밖에 행사비용 243만원은 회비 및 지역업체 후원비 등으로 충당했다.

문체부는 해당 사업 내에 유사사례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인문활동가 대상으로 안내와 교육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체부는 "사업 취지와 목적에 따라 인문활동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은 시인의 성폭력 논란을 감안해 기존 사업 내에 유사사례가 없는지 등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시 인문활동가와 충분히 협의해 대응하고 전체 인문활동가를 대상으로 사업 기획‧운영에 있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안내‧교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