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부터 농산물까지 美 산업계도 거센 반발…트럼프 철강관세 후폭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키로 한 가운데 미국 산업계에서도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체들은 당장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항공기부터 맥주캔까지 철강 및 알루미늄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은 비용상승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국방 등 미국을 대표하는 수출분야 제조업체들과 농산물관련 단체들은 수출에 극심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보복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철강 및 알루미늄업체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는 다른 나라들에 혜택을 주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외산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로비를 펼쳐왔다.

현재 어떤 종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을 소비하는 산업계에서는 이번 관세가 불러올 파장을 크게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공개한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이 탱크, 항공기 등 무기를 생산하고,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시켜왔다”고 결론을 내려 이번 관세부과 결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작 보잉, 록히드마틴 등 미국 항공국방업체들은 이번 관세부과 결정이 원가상승과 보복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항공국방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항공국방산업은 약 86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철강 및 알루미늄을 소비하는 제조업체들과 무역단체들은 “무역장벽이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에드 보라스 기계부품업체인 다이캐스트 스페셜티즈의 에드 보라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며 "관세는 소비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터필러 등을 대표하는 중장비제조업협회(AEM) 역시 새로운 무역장벽은 미국 수출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터필러 경영진은 “관세는 미국내 철강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고 광산용 트럭과, 불도저 등을 생산하는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밝혀왔다.

철강은 대형기계생산업체의 투입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캐터필러의 경우 철강은 원재료비용의 65%를, 알루미늄은 10% 가량을 차지한다. 그 만큼 향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자동차업체들과 부품공급업체들도 이날 관세부과 발표로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장비제조업체은 새로운 관세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부과 결정을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바로 농업관련 단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 농산물수출이 보복타깃이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가축사료로 사용되는 수수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농산물수출관련 단체인 파머스포프리트레이드의 브라이언 쿠엘 전무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무역에 대한 치고받기식 접근법을 가속화, 미국 농산물 수출을 십자포화 대상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농업부문은 우리의 농산물 수출이 보복의 첫 대상이 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산업계에서는 이번 관세부과에서 자신들의 소비품목을 제외시켜줄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무역단체인 비어인스티튜트의 짐 맥그리브 대표는 “캔쉬트 알루미늄은 어떤 새로운 무역장벽에서도 제외돼야한다”며 “맥주캔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수입 알루미늄은 국가안보의 위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