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감세 주주들만 신났다…올 주주환원 역대 최대

미국 기업들의 올해 주주 환원 규모가 역대 최대로 1조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아래 투자를 늘리기보다 자사주 매입(바이백)과 배당 등으로 주주들의 배만 불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감세정책이 경제 성장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바이백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6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업들이 올 들어 발표한 바이백 계획 규모는 역대 최대인 1870억달러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배당이 올해 5150억달러로 12%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 주주환원 액수가 1조달러를 훌쩍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미국 기업들의 올해 바이백 규모만 8000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실적을 뽐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법인세 부담과 해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따른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로 주주환원 규모를 대거 늘릴 태세라고 지적했다.

정작 경제 성장에 절실한 설비투자나 R&D(연구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이 올해 설비 및 R&D 투자를 각각 11%, 10% 늘릴 것으로 봤다. 지난 3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나는 것이지만 주주환원 규모에는 비할 게 못 된다.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미 우려했던 일이다. 지난해 말 감세법안 처리 과정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감세정책으로 얻는 이익의 70%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주주들과 대기업, 기업인들이 더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맞섰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실적 성장세와 주주환원 확대가 당장은 주가를 띄어 올리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 선임 지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고용, 설비 등에 투자할 자금은 감세 이전부터 충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