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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관가에 부는 '막말 주의보'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입력 : 2018.03.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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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재부가 술렁거렸다. 이 원장은 기재부 출신이다. 산하 기관장의 해임이 흔치 않은 일이라 배경을 두고 말이 많았다.

기재부가 밝힌 해임 사유는 ‘품위유지 위반’이다. 탐문해 본 결과 ‘막말’이 문제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품위가 손상될 정도의 언행으로 내부 직원과 분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숨겨진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하지만 ‘막말’이 핵심사유라고 해도 관료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기재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의 산하기관장 중에서 막말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난 이는 없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해임 절차도 전례가 없었다.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 2일 이사회에서 이 원장의 징계를 의결하고 주무부처인 기재부에 해임을 요청했다. 기재부는 당일 바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사회와 기재부의 교감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재정정보원 이사회에는 기재부 국장급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리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 동안의 관가 출입 경험에서 보건대, 이 소식을 듣고 뜨끔한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관료사회를 비롯한 공공부문은 그동안 ‘막말’에 비교적 너그러웠다. 성과를 내기 위해 후배들을 모욕하며 다그치는 일들이 많았다.

후배를 성장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까지 여겨졌다. 쉬쉬했을 뿐, 후배들의 반감은 컸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어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그들만의 언어로 ‘막말’ 선배를 지칭하며 상처를 달랬다.

다만 거기까지여서 더 이상 일은 확대되지 않았다. 이른바 ‘잘 나가는’ 선배의 막말은 후배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 돼 버렸다.

관행으로 넘어갔지만 막말은 ‘언어폭력’이다. 초중학교에서 ‘언어폭력’은 학교폭력위원회의 징계사유가 된 지 오래다. 초임교사에게 ‘닭대가리’ 등 모욕적인 말을 수차례 한 선배 교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막말은 기관장을 그만 둬야 하는 행위가 됐다. 미투 운동은 ‘성(性)폭력’ 뿐 아니라 ‘언어폭력’으로도 번지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기자수첩]관가에 부는 '막말 주의보'

정현수
정현수 gustn99@mt.co.kr

베수비오 산기슭에 도시를 건설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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