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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커밍아웃'을 요구하는 사회

[송정렬의 Echo]

송정렬의 Echo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입력 : 2018.03.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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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포츠용품판매업체 딕스스포팅굿즈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성명서를 올렸다. 요지는 앞으로 자사 매장에서 공격용 소총판매를 중단하고, 21세 미만에게는 총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 14시간 만에 무려 34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당신들은 확실한 고객 한 명을 확보했다.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 딕스의 결정을 칭찬하는 댓글 수가 압도적이었다. 비판적인 댓글도 심심찮게 붙었다. “이건 의식 있는 행동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이다. 다시는 당신들 매장에 가지 않겠다.”

총기규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다시금 격돌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의 후폭풍이다. 생존 학생들을 중심으로 10대들이 전면에 나섰다. 어른들의 소극적 총기규제 대응에 대한 이들의 분노가 '#미넥스트?(MeNext?)' 해시태그를 달고 소셜네트워크로 퍼져나갔다. 미국 총기규제 이슈의 전선은 확대된 셈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을 넘어 신구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기업들도 이 첨예한 이슈의 전선에서 결코 이방인은 아니다. 딕스뿐 아니라 미국 최대의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총기판매 연령제한 상향을 선언했다. 심지어 ‘피도 눈물도 없는’(?) 상업금융의 대표주자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총기제조업체 투자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사실 미국 기업이나 경영자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필요에 따라선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이럴 때일수록 침묵 모드를 지킨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커밍아웃’은 큰 용기와 결단을 요구한다. 당장 어느 한쪽에 대한 지지는 반대 입장을 가진 고객들의 불매운동 등 역풍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대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그 뿌리가 역사적 종교적 문제에까지 맞닿아있다. 무 자르듯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기업과 경영자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침묵과 무관심이 아니라 적극적인 목소리와 행동까지 요구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상대적으로 그런 성향이 강하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업체인 웨버샌드윅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미국 밀레니엄세대의 절반가량이 기업 CEO들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밝힐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와 50대 초반인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2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도 경제발전의 이면에서 빈부격차, 청년실업난 등이 심화되고, 극단적인 이념적 갈등이나 세대 간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현실에서야 기업이나 경영인들은 아예 정치사회적 이슈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상책으로 받아들여진다. 괜히 나서봐야 본전은커녕 정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업도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이다. 사회와 담을 쌓은 채 살 순 없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사회공헌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 기업의사회적책임(CSR) 활동을 강화하며 사회 속으로, 세상 속으로 파고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극화 시대, 이제 사회는 때론 기업들에 길을 묻고, 때론 해결사의 역할까지 기대한다.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기업의 '커밍아웃'을 요구하는 사회

송정렬
송정렬 songjr@mt.co.kr

절차탁마 대기만성(切磋琢磨 大器晩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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