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어 카카오도 가상통화 사업진출 왜?(상보)

국내 인터넷서비스 투톱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가상통화 사업에 진출한다. 정부가 관련 사업 규제에 나섰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통화 사업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동시에 해외 자회사를 통한 가상통화 사업에 나서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가상통화 사업 양성화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카카오는 이달 중 블록체인 개발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 블록체인(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는 한재선 퓨쳐플레이 CTO(최고개발책임)가 맡는다. 카카오는 조만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명 등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아직까지 블록체인 사업 전문 자회사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ICO(암호화폐공개), 즉 ‘카카오코인’의 발행 가능성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앞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ICO를 통해 9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성공적으로 리버스 ICO를 완료한 바 있다. 리버스 ICO란 이미 서비스 또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ICO를 통해 신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ICO가 유사수신 행위로 규정돼 불법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는 해외에서 블록체인 업체 투자 등을 통해 동향을 살핀 뒤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에서 ICO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후 국내 주요 거래사이트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카카오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는 규제 이슈로 기업들의 직접적인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가상통화 사업과 관련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필리핀의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마켓에 투자하기도 했다.

앞서 네이버 역시 자회사 라인을 통해 가상통화 사업에 진출했다. 라인이 일본에 금융사업 전문 자회사를 설립, 일본 정부에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허가를 신청한 것. 라인은 곧 홍콩과 룩셈부르크에서도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운영을 신청할 계획이다.

라인과 카카오 모두 이모티콘,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가상통화를 발행할 경우 다른 기업들 대비 이점이 많다. 현금 대신 코인을 활용하면 자체적으로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카드사나 PG(지금결제대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투자금을 확보해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의 우위 선점이 가능하다. 라인과 카카오 모두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모바일 메신저를 서비스 중인 만큼 텔레그램과 맞먹는 수준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가 동시에 가상통화 관련 사업에 진출하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 논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ICO를 금지하고 있지만 인터넷사업의 경우 국경이 없는 만큼 ICO가 허용된 국가에서 사업을 하면 이를 막을 수가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 진출을 계기로 가상통화 ICO 양성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