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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낮다고?…대한민국에서 육아해보면

[길게보고 크게놀기]육아에 드는 노동력의 경제적 가치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3.07 06:30|조회 : 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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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요즘,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인 수치가 있다. 바로 지난해 1.05명을 기록한 출산율이다.

지난해 우리 나라의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치인 35만7700명이다. 전년대비 약 12% 감소한 숫자다. 사실 신생아 수 감소는 국가 차원에서는 큰 문제지만, 개개인에게 와닿는 문제는 아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필자의 아이도 지난해 태어난 아기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생아 수가 감소한다는 기사를 보면, 인구가 늘어야 경제가 좋아질 텐데 왜 사람들이 아기를 낳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모든 게 이해됐다. 우선 필자가 잘못 생각했던 건 아기 한 명의 양육에 필요한 노동력이었다. 아기 엄마만 아기를 돌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 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한 명이 최소 반나절 이상은 보조해줘야 했다. 아기 1명을 돌보기 위해 연인원으로 따지면 약 540명의 노동력이 필요한 셈이다.

아기 한 명을 키우는데 필요한 노동력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7530원으로 계산하면 1년에 3298만원이 나온다. 하루 8시간씩 365일을 곱한 데다 최저임금을 곱하고 마지막으로 1.5를 곱한 금액이다. 보수적인 수치다. 실제로 아기를 돌봐야 하는 시간은 8시간이 훨씬 넘고 야근수당, 휴일근무수당은 고려하지 않았다.

육아에 필요한 노동력을 시장에서 구매한다면 비용이 더 든다.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면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은 줘야 한다. 평일만 8~10시간 근무한다는 조건에서 그렇다. 거기다 평일 저녁과 주말에 직접 아기 보는 시간을 더하면, 3298만원보다 결코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 아내와 자주 의논한 문제가 언제까지 육아휴직을 할 것인지였다. 그 와중에 깨달은 것이 만약 양가 부모님 중 한 쪽이 아기를 봐줄 수 없다면 복직은 하나마나라는 사실이다. 베이비시터를 구하면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이 나가고 더 중요한 점은 말도 못하는 아기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지난해까지 아기들이 천사인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아기는 웃을 때만 천사였다. 울고 징징거릴 때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늦게 퇴근한 날, 아기가 잠 안자고 보챌 때 대학입시 때만큼 절실하게 아기가 잠들게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빈 적도 있다.

나보고 아기를 하루 종일 보라고 해도 볼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남의 아기를 하루 종일 잘 봐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 점을 생각하면 복직해서 베이비시터를 구하느니 차라리 직접 아기를 보는 게 낫다. 그런데 육아휴직도 길어봤자 1년 밖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많은 여성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력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다.

물론 다른 케이스도 있다. 아내한테 들은 얘기다. 아내 친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대부분이 전업주부이고, 워킹 맘은 딱 두 가지 직업 뿐이라고 한다. 교사와 은행원이다. 교사는 제도적 장치가 잘 돼 있어서 장기간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은행원은 임금이 높아서 복직 후 베이비시터를 구해도 돈이 남는 경우다.

교사,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거나 민간부문에서는 은행원 등 보상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면, 출산 후 경력단절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1.05명이라는 출산율은 출산주체인 여성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다. 현재의 사회구조에서는 출산을 미루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어린이집 무상보육이 되지 않냐고? 역시 아내가 조동방(조리원 동기 단톡방)에서 들은 얘기다. 우리도 관심을 두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접수했는데, 대기번호가 800번이 넘는단다. 이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1명이 아기 3명을 맡는 등 보육환경이나 시설이 좋다.

반면, 실질적으로 민간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당 아동 수도 많고 교사 처우도 열악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교사들부터 힘들게 일한다고 생각하니 아기를 맡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우리 나라 출산율이 너무 낮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1.05명도 부부 한 쌍이 최소한 한 명은 낳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아기를 키우는 부부들은 지금도 충분히 고군분투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키우는 모든 부부들에게 공감의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아기야, 오늘은 엄마아빠 깨우지 말고 통잠 좀 자주렴.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3월 6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현
김재현 zorba00@mt.co.kr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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