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사임 후 강경파만 남은 백악관 경제참모진…나바로 '가장 위험한 인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사진=블룸버그

미국 백악관 경제팀 온건파의 주축이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전격 사의를 표명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팀엔 ‘강경파’가 득세하게 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대표적인 강경파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철강 관세폭탄’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다.


◇‘트럼프 참모 중 가장 위험한 인물’…자유무역 지지자들 ‘맹공’

나바로는 교역정책에서 자유무역 지지자인 콘과 늘 대척점에 있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콘은 관세 문제를 두고 나바로와 논쟁하다 면전에서 그에게 ‘거짓말쟁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나바로를 매우 급진적인 국수주의자라고 평가한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의 경제학 교수를 지냈지만 완전한 비주류로 분류된다.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는 “무역과 중국에 대한 나바로의 관점은 매우 급진적”이라며 “심지어 그의 조교들을 포함해 그와 전적으로 동의하는 경제학자들을 본 적이 없다. 나바로의 관점은 잘못됐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유익하다고 보는 기존 경제학을 전면 부정한다. 교역국과 군사적 갈등도 불사해야 한다는 초강경론자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트럼프 참모 중 가장 이상한 인물”이자 “트럼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바로는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에 입각해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주창한 경제학원론을 내다 버렸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나바로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기존 보수 경제학자, 기업인, 엘리트 공화당 의원들은 그(나바로)를 증오한다”면서 “이들은 나바로를 ‘부기맨’(도깨비)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나바로는 1990년대 ‘민주당’ 후보로 하원의원 선거 등에 낙선한, 실패한 ‘폴리페서’였다. 2006년부터 연달아 낸 급진적인 내용의 중국 관련 서적들이 트럼프와 인연을 맺는 연결고리가 됐다. 미국 경제가 중국에 의해 몰락하고 있다는 내용의 ‘데스 바이 차이나’(Death by China·국내 번역본 제목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가 특히 주목받았다.

트럼프와 나바로는 2011년 처음 만났고,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에 나바로가 경제자문으로 합류했다. 트럼프 당선 후인 2016년 12월 백악관에 무역정책 자문기구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며 나바로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상무부 로스, USTR 라이트하이저 등 경제참모 강경파 일색

로스 상무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나바로 못지 않은 강경파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 제재안을 직접 권고한 이가 바로 로스 장관이다. 백악관 입성 전에는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WL로스&코를 이끌며 월가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다.

로스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 미국 제조업 중심지, ‘러스트벨트’와도 인연이 깊다. 베슬리헴스틸 등 파산한 미국 주요 철강업체들을 한 데 모아 2002년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ISG는 2005년 인도 미탈스틸과 합병했다.

무역정책에도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나바로와 함께 무역 및 규제 관련 정책을 구상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이미 USTR 부대표를 지내며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폭탄관세와 수입 제한 정책을 경험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표적인 반중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이 철강 등과 관련해 불공정 무역을 한다고 비판해왔다. 시장 개방을 꺼리고 국제무역 규정을 지키지 않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정도는 덜 하지만 무역 강경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약한 달러는 무역, 기회와 관련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