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 美재무 "관세 조치 경제에 이익…'보복' 걱정 안 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AFPBBNews=뉴스1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려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무역상대국의 보복을 촉발해도 궁극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므누신 장관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한 전화회견에서 "우리에게 좋은 것에 대한 협상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결정하면서 보복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의 목표는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이번 조치가 경제 전망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주요 무역상대국들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보복관세 부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방침이다.

EU는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오렌지주스, 땅콩버터, 티셔츠 등의 미국산 제품을 보복 대상으로 삼을 태세다. 영국 BBC는 EU의 보복 표적 목록에 오른 미국산 제품이 100개로 EU의 연간 수입액이 28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다만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 부과 조치에서 일부 나라는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나라를 선별할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일부 나라가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도 면세국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이번 주말 무언가에 대해 서명할 것"이라며 "국가안보에 기반해 멕시코와 캐나다를 봐줄 가능성이 있고 다른 국가들 역시 제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조치가 자국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외부에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번 관세 조치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상대국들이 보복에 나서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조치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폭탄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을 가속화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빠듯하게 하고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폭탄관세가 아니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3% 성장 공약을 실현하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더딘 임금 상승세와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최근 두드러진 달러 약세는 트럼프가 약속한 무역적자 축소에 제동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