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몸캠에 '죽고싶다' 속앓이… '사이버 보안관'된 이유죠"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사이버 범죄 심각한 만큼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03.13 06:00
폰트크기
기사공유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사진=김창현 기자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사진=김창현 기자

지난해 2월 몸캠피싱을 당한 A군(17)은 협박범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29·디포렌식코리아 대표)을 찾아왔다. 협박을 당한 지 6개월 만이었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했지만 무리였다. 피싱 아이디 홍보, 금품 갈취를 당해 일상 생활이 힘들 만큼 정신적 충격이 컸다. A군은 김 이사장에게 "죽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미 그의 노출 영상은 해외 웹사이트에 유출된 상태였다.

김 이사장은 A군의 사례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김 이사장은 "개인업체 차원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생기는 피해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사이버보안협회를 창립했다. 사이버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사이버 보안 관련 협회로는 국내 최초다. 이를 통해 속앓이만 하는 피해자들을 돕고 나아가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사이버 보안관'을 자처하고 나선 그를 12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몸캠피싱'의 그늘, 수치심 때문에 신고도 꺼려= 인터뷰 내내 김 이사장이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몸캠피싱'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이다. 몸캠피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상대방의 알몸을 녹화한 뒤 영상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는 사이버 범죄다. 해킹 프로그램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뒤 지인에게 유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식이다.

하지만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몸캠피싱 피해는 1234건에 불과했지만 사이버보안협회가 집계한 실제 피해는 7310건에 달했다. 무려 7배나 차이나는 것.

김 이사장은 "남에게 알리기 어려운 영상 등이 유출됐다는 수치심과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꺼려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로 제보를 받고 사건을 분류해 유관 기관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몸캠피싱 피해사례./사진=한국사이버보안협회 제공
몸캠피싱 피해사례./사진=한국사이버보안협회 제공

◇청소년 피해 특히 '심각'= 관심을 특히 기울이는 대상은 몸캠피싱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 청소년이다. 김 이사장은 "제가 만난 피해자들의 40%가 10대들인데 혼자 끙끙 앓다가 뒤늦게 찾아와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던 적이 있어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다. 빠르게 해결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잠깐 머뭇거리고 복잡한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피해자의 얼굴과 몸, 개인정보는 확대·재생산된다.

김 이사장이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이들에게 누구도 사이버 범죄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거나 대처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범죄 수법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은 불법 아이디 홍보 등에 잘 모른 채 협조하다 억울하게 처벌받기도 한다.

이에 협회는 사이버 범죄 예방과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며 "교육기관 등과 협력해 강의나 개인 상담 등 올바른 인식 확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평범한 미술학도, '사이버 보안관' 자처= 지금은 사이버 범죄를 해결할 젊은 피로 주목받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원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평범한 미술학도였다. 사이버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 해결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포렌식사업이란 생소한 길을 택한 것은 단지 유망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몸캠피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과 밤낮으로 통화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김 이사장은 "이들의 아픔을 깊숙이 들여다본 뒤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협회 창립은 이런 결심의 첫 걸음이다. 개인업체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 이에 피싱·IT보안·해킹 등의 전문가들과 업체들을 설득해 협회를 꾸렸다.

◇"시스템 구축해 사이버 범죄 막겠다"= 앞으로 김 이사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만큼 어려움도 많다. 김 이사장은 "사이버 범죄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까다로운 법적 절차와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며 "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 구축과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영국의 인터넷감시재단(IWF)의 경우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동 음란물 등 불법 콘텐츠와 관련한 자율 규제 및 종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도 현 정부가 규제개혁을 예고한 만큼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어려운 일이 더 많다"며 "그래도 사이버 범죄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