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세면제 여부…美 ‘안보라인 vs 경제라인’ 의견대립

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자신이 서명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행정명령서를 들어보이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했고, 다른 동맹국에도 "진정한 친구는 추가로 관세를 면제 받을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명령은 대통령이 서명한 날로부터 15일 후 발효되기 때문에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주 안에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한 절차나 조건 등을 밝히지 않았다. 동맹국들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치열한 물밑 협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도 관세 부과 면제 국가에 포함되기 위해 트럼프 정부 관계자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해야하는 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라인은 한국이 매우 중요한 동맹이므로 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라인은 한국을 중국의 값싼 철강을 재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대북특사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철강 관세에서 한국을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자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이번 관세 부과 이유로 '국가안보'를 꼽은 만큼, 최종 면제 대상 결정에서 매티스 장관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간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면제 국가 선정에서 한국이 '특히 골치 아픈'(particularly nettlesome)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호주는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회의에서 "호주는 대미 무역적자국이자 우리의 동맹"이라며 호주의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진정한 친구'가 바로 호주"라고 분석했다.

한편, 관세 부과 면제 대상이 늘어날수록 포함되지 못한 나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에 유입되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규모를 일정 수준까지 줄일 예정인 가운데 일부 국가가 관세를 면제 받게 되면 나머지 나라들이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WSJ에 "캐나다와 멕시코 등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 다른 나라에 부과되는 관세를 더 높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