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美 '놀람', 中 '환영', 日 '당황'…아베 4월 訪美

9일 일본 도쿄 거리의 대형 화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나기로 동의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제의를 수락하자,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대부분 놀라운 외교적 성과로 높이 평가하며, 동북아의 지정학적 긴장 해소를 기대했다.

다만 관련국별로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미묘하게 달랐다. 미국 매체들은 대부분 환영하면서도 북한이 합의를 어겼던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북미 대화 가능성을 반기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재팬(일본) 패싱'을 우려했다.

◇백악관발 긴급타전…"근대사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


이날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자 미국 매체들은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전하며 놀라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미 정상회담은 전쟁 위협을 주고받았던 완고하고 특이한 두 지도자를 화해시킬 수 있는 대담한 외교적 서곡"이라고 표현했으며, CNN은 "근대사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은 한국전쟁 이래 지난 70년간 적이었던 양국에 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특히 지난 1년간 서로를 비방하며 즐거워했던 두 지도자 사이의 회담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다만 북한이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사례 등을 들며 정상회담이 실제 한반도 비핵화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 북미 협상의 실패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이번 협상 제의는 과거 제재를 풀기 위해 핵포기를 약속했다 파기했던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WP는 "(김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CNN도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 결과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해 다음달 방미를 추진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 中 "쌍중단 제안 덕분"…아베 "다음달 미국 가겠다"

중국과 일본 매체도 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내용을 긴급하게 전했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은 "북미가 서로 소통하면 오판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중대한 이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북미가 정상회담에 동의한 것은 중국의 노력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면서 회담의 의제가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평화협정 협상의 동시 추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한반도 상황의 극적인 변화가 계속되면서 세계가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일단 비핵화를 시작하면 중국은 북한이 미국에 속지 않고 합법적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긴장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정 실장의 회견 후 한 일본 외무성 간부가 "전개 속도가 조금 빠르다"며 당황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핵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속도가 붙는 걸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 여부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북미 간 대화 성사 기류가 흐르자 "북한과 대화의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