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했던 하나금융과 한배 탄 최흥식 금감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결백을 피감기관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것도 금감원이 적발한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나금융이다. 최 원장과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지배구조 문제로 하나금융과 마찰을 빚어왔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당시 친구의 아들인 A씨가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에 응시하자 A씨의 이름을 인사부서에 전달했다. A씨는 최종 합격했으며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름만 (인사부서에) 던져주고 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향후 합격여부만 미리 알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추천과 채용비리는 다르다며 최 원장을 방어하고 있다.


금감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0일 오후 '안내자료'를 내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과정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 모두를 부정채용으로 본 것이 아니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채용요건에도 부합하지 않음에도 기준 신설 등을 통해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만을 적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인 명단에는 55명이 기재돼 있었지만 이 중 6명만 부정채용으로 적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단순히 추천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채용비리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금감원이 조사한 것은 2015~2017년까지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3년은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가 최 원장의 추천만 받은 것인지, 실제 채용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은 이는 하나은행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해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나은행의 해명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하나은행은 현재 서울 서부지검으로부터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내부 점검 결과 A씨의 채용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스스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 원장과 피감기관인 하나은행이 사실상 한배를 탄 이상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 원장의 해명처럼 단순히 추천만 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를 피할 수는 있지만 금융감독 수장으로서의 자격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변에 추천해 줄 영향력 있는 인사도 없는 응시자들이 대부분인데 A씨는 아버지 친구가 하나금융의 사장이란 이유로 추천을 받은 것 자체도 특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