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했던 하나금융과 한배 탄 최흥식 금감원장(종합)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이동훈 기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결백을 피감기관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것도 금감원이 적발한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이다. 최 원장과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지배구조 문제로 KEB하나은행의 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와 마찰을 빚어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 당시 친구의 아들인 A씨가 KEB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에 응시하자 A씨를 인사부서에 추천했다. A씨는 최종 합격했으며 현재 KEB하나은행 모 지점에 근무 중이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인사부에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름만 인사부서에 던져주고 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향후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추천과 채용비리는 다르다며 최 원장을 옹호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에는 '안내자료'를 내고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때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 모두를 부정채용으로 본 것이 아니라 면접 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채용요건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기준 신설 등을 통해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만 부정채용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의 이른바 VIP명단에는 추천인으로 55명이 기재돼 있었지만 이 중 6명만 부정채용으로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최 원장은 단순히 추천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채용비리가 아니라는 논리다.


문제는 금감원의 채용비리 대상은 2015~2017년까지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2013년은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가 최 원장의 추천만 받은 것인지, 실제 채용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은 이에대해 KEB하나은행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확인 요구를 받은 KEB하나은행은 이날 "최 원장이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로 보이고 이후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원장의 해명 그대로다. KEB하나은행은 또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 서부지검은 이미 2차례 KEB하나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이에대해 KEB하나은행은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다방면에서 추천 받은 사실은 있지만 점수 조적 등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원장이 추천한 A씨의 채용과정에 설사 점수 조작이 있었더라도 스스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KEB하나은행은 최 원장 지인 아들의 채용과정에서 비리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채용관계자를 통해 구두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채용관계자의 말을 믿을 수 있는도 문제다.

이 때문에 '최 원장과 피감기관인 하나은행이 사실상 한배를 탄 이상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 원장이 해명처럼 단순히 추천만 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를 피할 수는 있겠지만 금융감독 수장으로서의 자격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응시자는 주변에 추천해줄 영향력 있는 인사가 없는 반면 A씨는 아버지 친구가 하나금융 사장이란 이유로 추천을 받은 것 자체가 특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