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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투쟁→경제투쟁→?, 이대론 노조가 적폐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조건-노·사·정]민주화 중심세력서 기득권 집단으로…양극화 해소·4차 산업혁명 위해 혁신해야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방윤영 기자 |입력 : 2018.03.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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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00달러(추정치). ‘국민소득 3만 달러’는 더 이상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위치다. 양적 평균치인 소득 기준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사회는 3만 달러 시대에 부합할까? 우리는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숫자는 낯설기만 하다. 우리는 이 시대를 2만 달러 시대와 다르게 살아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그 달라야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얘기를 펼치고자 한다.
/그래픽=임종철 기자
/그래픽=임종철 기자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노조활동은 곧 민주화운동이었다. 젊은이 서너 명만 모여도 잡혀갈지 모르는 판에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는 건 위험했다. 용공과 좌경이 덧칠해졌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똥물을 뒤집어썼고 해고당했다. 공권력은 묵인·방조하거나 사측의 편을 들었다. 노조의 정치투쟁은 필수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등을 거치며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노조는 강력한 조직력과 전투력을 앞세운 대기업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제 목소리를 키웠다. 임금과 복지가 달라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사회적 대타협의 주체도 됐다. 대한민국 경제는 자동차·조선·철강·화학·반도체 등 수출산업을 내세워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적어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경제투쟁은 어느 정도 승리했다.

2018년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노조는 또 한번 변곡점에 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와 고용불안이 심화 됐다. 비정규직들에게 일부 정규직 노조가 누리는 혜택은 딴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는 예측조차 힘들다.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노조의 구호는 새롭지 않다. 여론도 싸늘하다.

학계에선 모순적이게도 오늘날 ‘노조 이기주의’가 발현한 시점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던 1987년 전후라고 입을 모은다. 대투쟁 후 만들어진 대형노조들은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조합원을 구성했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용하는 데 실패했다. 노조 지도부와 기업이 각각 고용안정과 비용절감이라는 잇속으로 결탁하면서 노조의 보수화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노동법 전공)는 “1990년대 들어 기업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며 “여기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업은 노동집약적 체질을 개선하는 대신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대형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지도부에 각종 혜택을 부여했고 여기서 소외된 노동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여성·외국인 노동자 등은 주류를 차지한 정규직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임금 축소에 반대하며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사측과의 합의안을 부결시킨 게 대표적 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대기업 노동자가 변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해나가며 노동환경 자체가 변화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조의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김현기 LG경영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와 노조가 함께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고용 위축 등 산업 전체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독일의 사례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노조의 경쟁력은 초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득권을 버리고 변화하지 못하면 노조가 적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사수(死守)하지 못하면 빼앗긴다는 식의 대결구도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노조 스스로 혁신의 주체로 대타협의 주인공으로 나서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노동 관련 사안을 법으로 강제해야만 한다는 노조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문제 등에서 드러났듯 여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 위원은 “노조의 ‘법대로 하자’ 식의 권리의식이 벌써 10~20년째 고착화됐다”며 “변화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모든 걸 법에 맡기고 강제한다면 노사 모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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