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를 금지시켰더니, 배달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졌다

미국 뉴욕시의 자전거 배달원. /AFPBBNews=뉴스1

중국에서 온 이민자 이디 주(41)는 미국 뉴욕에서 16년 동안 자전거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금 1000달러를 투자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 몸이 불편한 그에게 전기자전거는 더 빠르고, 더 쉬운 배송을 가능케 했다. 하루 근무시간은 12시간. 하루 최고 200건의 배달도 했다. 일반 자전거로 하루 평균 40여건을 배달할 때보다 5배나 효율이 늘어난 것.


뉴욕시 5만여명의 자전거 배달원 중 60%는 이디 주처럼 전기 자전거를 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시립대학교 연구원이자 '자전거 공공 프로젝트' 창립자 도 리의 조사 결과 중국인 자전거 배달원 중 78%는 전기자전거를 사용 중이었고, 평균 나이는 46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자전거를 이용하는 나머지 40%는 10~20대의 미국 출생 파트타임 '알바생'이었다.

전기자전거는 배달을 생업으로 하는 이디 같은 중국, 혹은 남아메리카 쪽 출신 이민자들에게 생명줄과 같았다.

하지만 비극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전기자전거 단속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미국 연방법은 시속 20마일 이하의 전기자전거는 합법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뉴욕시에선 전기자전거를 소유할 수는 있어도 운행은 불법이다. 이러한 금지 법령은 2013년부터 존재했으나 시에게 크게 단속을 크게 하지 않아 배달원들이 여태껏 배달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전기자전거를 압류하고 있는 뉴욕경찰(NYPD). /사진=뉴욕경찰 트위터.

하지만 빌라지오 시장의 공언 후 상황이 달라졌다. 올 1월부터 뉴욕경찰(NYPD)은 전기자전거 단속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사실상 전기자전거가 퇴출되고있다.

60대 자전거 배달원 아이민 리우는 "이민자 출신 자전거 배달원이 하루 평균 버는 돈은 10달러 남짓"이라며 "단속에 걸려 벌금 500달러 및 압류를 당하면 그 달 수입 전부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하듯 블라지오 시장은 "배달원들이 속도 및 신호 위반을 일삼아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도 "저임금 배달원들을 고려해 업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뉴욕경찰(NYPD)이 올해부터 전기자전거 압류 현황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하고 있다. /사진=뉴욕경찰 트위터.

하지만 규제는 여전히 저임금 이민 노동자들을 옭아매고 있다. 업장에 직접 고용된 배달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전거 배달원들은 주로 뉴욕 배달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스타트업 그럽허브(GrubHub)에 소속돼 있다. 문제는 계약 형태다. '독립계약'은 자신이 자신을 고용하는 형태로, 스스로가 '업주'에 해당된다. 처벌을 피할 방법이 없다. 모든 법적 책임은 배달원들에 있다. 자전거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도, 벌금도 알아서 내야 한다.

이런 유명 배달앱에 소속되는 과정도 험난하다. 까다로운 영어 테스트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공유경제 붐을 일으킨 스타트업 우버나 그럽허브가 미국내 노동 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브라이언 터로프 법무법인 베나블스 레이버 앤 임플로이먼트 그룹 파트너는 "미국인 노동자 5명 중 1명은 보험 혜택 등을 못받는 독립계약자 형태"라며 "우버가 그럽허브가 일자리를 늘리고, 피고용인들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맞지만, '계약자'로 피고용인을 분류면서 수많은 복지 혜택에서 면제되고 회사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전거 배달원.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