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세계 인민은행!"…영향력 커진 中중앙은행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세계인민은행'으로 부상했다고 블룸버그가 13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민은행과 관계를 강화하고 인민은행의 정책을 풀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의 부상은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결과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취임한 2002년 중국 GDP(국내총생산)는 1조5000억달러에서 최근 12조달러로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데 3분의 1 이상을 기여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이기도 하다.

인민은행에 대한 외국 중앙은행들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한 예로 독일 분데스방크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최근 중국 위안화를 외환보유고 구성통화로 삼기로 했다. 올해 태국 중앙은행은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로써 중국에 사무소를 낸 외국 중앙은행이 9곳으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이 중국 내에서도 입지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과잉 부채 단속 등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민은행의 힘이 세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인민은행 총재가 새로 출범할 통합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을 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2015년 8월 일어난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를 들었다. 당시 인민은행이 갑자기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낮추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이 여파로 FRB는 같은 해 9월로 예상됐던 금리인상을 12월로 미뤄야 했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환율이 아시아 주요 통화 환율의 향방을 미리 알려주는 가늠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친 캐나다 요크대 교수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인민은행의 성명과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등 중국 경제지표, 위안화 환율, 외환보유액, 금리 등을 해석하며 인민은행의 정책 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타오 UBS 중국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인민은행의 영향력이 주로 실물경제 채널을 통해 파급된다"며 인민은행이 금리나 유동성 정책을 바꾸면 원자재 가격, 원자재 수출국, 원자재 통화, 산업 장비 수출국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독립성이 없는 게 한계지만 저우 총재의 후임자를 통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우 총재의 후임은 오는 19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궈슈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