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힌 우리종금…가까워진 '증권사 전환'

우리은행 계열사인 우리종금이 창업·벤처 PEF(사모펀드)와 후원·기부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한다. 지난해 말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한데 이어 지속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에 계열 증권사가 없어 우리종금은 증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우리은행 숙원사업인 지주사 전환과 맞물려 우리종금의 사업 확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오는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참여형 PEF의 설립 및 출자 △PEF의 운영·관리·기타 업무 집행 △통신판매업 등을 업무영역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우리종금은 올해 창업·벤처 PEF를 설립해 GP(무한책임 출자자, 운용사)로 등록하기 위해 정관에 PEF 관련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업만 해왔지만 향후 후원·기부형 크라우드펀딩에도 진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통신판매업 등록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종금은 이미 고유 사업영역인 여신전문금융업과 신용·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운용 △PF(프로젝트파이낸스) △M&A(인수·합병) 등의 증권사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기도 했다. 우리종금 관계자는 유증에 대해 “사업 확대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우리종금의 자본금 규모는 유증을 통해 3400억원 규모로 이미 중·소형 증권사 수준에 도달했다.

금융권이 우리종금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지주사 전환 목표를 밝히면서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종금사의 증권사 전환은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업종 전환의 근거 규정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있어 인가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했다. M&A로 증권사를 다시 사들이기엔 마땅한 대상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비용이 부담된다. 게다가 현재 은행 체제로는 비용 지출에 따른 자본규제 문제 등으로 부담이 커 M&A가 사실상 어렵지만 종금사의 증권사 전환은 지주사 전환 시기에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르면 올 상반기 내에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평소 “올해가 지주사 전환의 적기”라며 지주사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다만 은행권 채용비리와 기업 구조조정 등 시급한 현안과 더불어 6월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지적도 있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