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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보편요금제와 알뜰폰 시장

기고 머니투데이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 2018.03.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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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가계통신비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여러 방안들이 논의됐지만 정부가 현재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보편요금제’다. 작년에 입법예고된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월 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 출시가 의무화된다. 소량 이용자들의 요금부담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다른 요금제들의 인하도 간접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우선 ‘보편요금제’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문이 있다. 본래 ‘보편적 역무’란 필수적인 서비스의 국민적 보급 확대를 위해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이다. 산간이나 도서 지역같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에도 일반 지역과 같은 요금으로 제공하게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의 국민적 보급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이미 120%를 넘어서고 LTE(롱텀에볼루션) 보급률은 세계 1위라는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보편요금제 논의는 당혹스러운 감마저 있다.

이미 누구나 알고있듯 지금의 보편요금제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실상 요금규제 정책인데 그 절차적 수단만 보편적 역무 정책에서 빌려오는 셈이 된다. 이는 직접적 요금규제 개입의 권한이나 명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당장의 급한 불을 끄려고, 규제의 원칙을 이처럼 쉽게 희생한다면 정부가 합리적인 규제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앞으로도 잘 세워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보편요금제가 과연 원하는 성과들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보편요금제는 소량 이용자들의 요금부담 경감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상당수는 이미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의 경우는 혜택을 당장 볼 수 없어 기대만큼 실망이 따르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시민 단체에서는 보편요금제의 음성·데이터 양을 더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무리하게 차용된 보편적 역무라는 형식마저 벗어나 요금규제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결과가 돼 비현실적이다. 보편요금제는, 만약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 큰 효과를 내게 된다면 그 개념적 정체성을 스스로 상실하게 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 보편요금제 출시와 함께 알뜰폰 시장에 몰려있는 소량 이용자들이 대거 전환하게 될 경우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 6년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알뜰폰 시장은 쇠퇴하고 이동통신 3사로 회귀할 수 있다. 알뜰폰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많지만,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이통 3사 체제에서 소량·저가 요금제 선택권을 새롭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확대에도 기여한 것이 바로 알뜰폰이다. 현재 논의되는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들이 이미 알뜰폰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데, 단말기 확보나 유통에서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지원한다면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의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 대책으로 꼽는 제4이통 진입의 준비 단계, 즉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알뜰폰 시장이다.

알뜰폰 시장이 성장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 밑그림은 10여년전 정보통신부 시절에 이미 그려졌다. 그 때라고 해서 정치권 및 각계의 요구와 질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당시 전문 부처로서 정보통신부는 단기, 중기, 장기의 정책 밑그림을 고민할 여유와 자신감이 있었다. 그 결과물이 2007년의 ‘통신규제정책 로드맵’이었고,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적어도 정책의 방향성을 유지해왔다. 알뜰폰 시장이 급조된, 의미없는 존재라고 보는 시각이 있어 이 얘기를 한번은 꼭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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