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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명동거리 걸은지 1시간, '장애인' 1명 만났다

[장애인이 사라졌다-①] 경사로 설치된 상점 55% 불과…"50만원으로 한달 생계, 일 얻기 힘들다" 토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8.03.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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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장애인 축제'인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오늘 폐막한다.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부족했다. 장애인이 처한 현주소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장애인들은 주위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왜 사라진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지체장애인 김영태씨(69)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명동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지체 3급 장애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지체장애인 김영태씨(69)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명동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지체 3급 장애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장애인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어딘가에 있지만 잘 안 보이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비장애인 시선) 주변에서 온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번화가 맛집에서도, 대중교통에서도, 직장에서도, 공원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 인구는 총 251만명(2016년 기준). 100명 중 5명은 장애인인 셈인데,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난 14일 낮 12시. 장애인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일평균 11만5863명, 지난해 10월 기준)로 향했다. 1시간 동안 장애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발달·지체장애인 위주로 찾아야 하는 한계는 있었다.

걸음마다 사람에 치이는 명동이건만 장애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사진 찍는 외국인, 쇼핑하는 대학생, 산책하는 직장인,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보였지만 장애인은 없었다. 명동에서도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들을 위주로 오가며 계속 찾았다.

꼬박 30분을 헤맨 끝에 지체장애인 1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모자를 쓰고 전동 휠체어를 탄 채 명동거리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고 통성명을 했다. 이름은 김영태씨(69), 지체장애인 3급이라고 했다.

김씨에게 "장애인들이 왜 이렇게 안 보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바깥에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가 타고 다니는 전동휠체어 조차 "1·2급 지체장애인에게만 지급되는 것"이라고 했다. 휠체어 없이 다닐 수 있냐고 묻자 김씨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옷가게. 계단만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들어가기 어렵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옷가게. 계단만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들어가기 어렵다./사진=남형도 기자

김씨가 이처럼 답한 이유는 명동거리에서 금방 찾았다. 당장 장애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얼마 없었다.

명동 신한은행부터 밀리오레까지 이어진 큰 골목 내 가게 출입구를 살펴보니 총 70곳. 이중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돼 있거나 턱이 없는 곳은 39곳(55%)에 불과했다. 10곳 중 약 5곳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 31곳(45%)은 휠체어가 진입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어보였다. 턱이 높았고, 계단으로 돼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지하로 뚫려 있었다. 건물 안으로 진입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 등만 설치돼 있어 다른 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철저히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더 가혹해보였다. 건물 앞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는 곳이 전체 중 4곳(5%)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형건물들이나 경찰서 등이었다.

김씨에게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생계는 잘 해결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살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의 주요 생계수단은 한 달에 50만원씩 받는 지원금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약값 등으로 많이 나간다고 했다.

김씨는 "거리노점 등이라도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살만할 텐데 50만원만 던져주고 알아서 살라는 식"이라며 "일자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가게에 설치돼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대부분 가게가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가게에 설치돼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대부분 가게가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실제 장애인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1990년 제정된 관련법에 따라 국가·지자체의 공무원·공공기관은 전체 고용 인원의 3.2%, 민간기업은 2.9%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고용 실적이 법정 의무 고용률의 50~60%도 안되는 곳이 전체의 51%에 달한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내는 부담금만 해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012억원을 웃돈다.

김씨를 보낸 뒤 같은날 오후 1시가 넘을 때까지 장애인들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던 대학생 이모씨(25)에게 "장애인이 주위에 없는 것이 의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빨간날] 명동거리 걸은지 1시간, '장애인' 1명 만났다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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