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최악의 화약고는 무역전쟁 아닌 '대만'

"철강과 지적재산권은 잊어라. 미국과 중국의 가장 큰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는 건 '대만'이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무역전쟁보다 '대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해임으로 미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이 외교 카드로 대만 이슈를 꺼낼 경우 양국간 갈등이 극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신은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반도 갈등과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주시하고 있지만, 적어도 중국에겐 대만이 훨씬 더 심각한 우려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대만 문제를 협상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는 당선 직후인 2016년 12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과의 관계개선 카드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전례가 있다. 미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전화한 건 국교 단절 후 처음으로,'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엎는 행보로 해석돼 파장을 낳았다. 이후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해 일단은 논란을 잠재웠다.

한 중국 당국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 내에 트럼프가 '대만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게 현실화할 경우 중국 당국이 강력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라하 소재 유럽연합(EU)-중국 경제·정치학 연구소의 청 유친 책임자는 "대만은 트럼프에게 중국을 괴롭힐 필요가 있을 때 꺼낼 수 있는 외교적 카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미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근 들어 더 고조됐다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의 군사 교류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데 이어 미국 의회는 지난달 미국과 대만 공무원의 상호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을 가결했다.

2016년 독립파인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뒤 대만 역시 미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대만은 15년 동안 중단됐던 방위산업 콘퍼런스를 올해부터 되살리고 방위산업체들의 기술 교류와 무기 구입 및 방위산업체 협력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틸러슨의 해임은 미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불과 며칠전 "미국의 국익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언급한 대중 강경파다. 동시에 대만과의 통일을 시사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이 사라지며 시 주석이 대만 통일에 드라이브를 걸 유인마저 커졌다.

후쿠로 류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교수는 "경제나 무역 문제와 비교해 대만 문제는 중 당국에게 최우선 순위이고 정치적으로 더 민감하다"며 "미국은 국익을 기반으로 대만과의 관계를 측정할 것이고, 대만은 중국의 볼모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