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빠졌다고 포기하지 마세요”…55년 투병에도 큰 업적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7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AFP=뉴스1

우주여행 떠난 현대물리학의 큰 별, 스티븐 호킹


“블랙홀에 빠졌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나갈 방법이 있습니다.”

전신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의 고통 속에서도 현대물리학에 큰 족적을 남긴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호킹 박사는 이날 이른 새벽 영국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위대한 과학자이자 특별한 인간이었던 그의 업적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호킹 박사는 1963년 21세의 나이에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그에게 2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오히려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확인한 그는 우주론 연구에 매진했다.


1974년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단체인 영국 학술원(Royal Society)에 최연소 연구원(당시 32세)이 됐고, 1979년엔 뉴턴 등이 역임한 케임브리지대 루카시언 석좌 교수직(Lucasian professor of mathematics)에 임명돼 30년 동안 재직했다.

특히 호킹 박사는 블랙홀 이론 권위자였다. 1975년 양자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을 결합해 블랙홀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삼켜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이론을 발표해 과학계를 흔들었다. 호킹 복사는 지금도 우주를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킹 박사는 또 상대성이론에 근거해 빅뱅을 수학적으로 증명(특이점 정리)해 보이기도 했다.

물리학자로서는 드물게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했다. 1988년 출판한 대중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권 이상 팔렸고 생전 한국을 포함해 40여개국에서 대중 강연을 펼쳤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기초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대중 강연 때마다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던 호킹 박사는 AI(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IT(정보기술)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고 말했다. AI가 인류의 존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해 초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도 “AI는 스스로를 개량하고 도약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 속도가 늦어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고 대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