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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고마운 맘 전달하려고"… 수어 배우는 사람들

[장애인이 사라졌다-③] '수화언어' 사용자 전국 35만명… 다양한 표정이 특징, 평소 쓰지 않던 얼굴 근육 사용하게 돼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입력 : 2018.03.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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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장애인 축제'인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오늘 폐막한다.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부족했다. 장애인이 처한 현주소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주위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왜 사라진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15일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수강생들이 서로의 이름을 질문하고 대답하며 연습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15일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수강생들이 서로의 이름을 질문하고 대답하며 연습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최고급 통역과정반을 제외한 모든 강의에서는 강의 시간에 일반 한국어를 쓰지 않아요. 일종의 원어민 강의죠."(서울수화전문교육원 관계자)
"90년대부터 20년 넘게 수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공부해도 계속 잊으니 복습 차원에서 입문반 수업을 듣습니다." (서울수화전문교육원 입문반 수강생·정철민 일곱빛농아인교회 담임목사)

한국에는 두 개의 법정공용어가 있다. 한국어와 한국 수화언어(수어·手語)다.

수어는 전국 35만명(장애인 등록 기준)에 달하는는 농인(聾人·보는 사람,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청각장애인' 대신 사용하는 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2015년 12월 한국수어언어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법적공용어로 인정됐다. 법정공용어로 인정받은 뒤 TV 방송에 수화통역이 나오거나 각종 행사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되는 일이 늘었다.
서울전문교육원의 3월 수강생은 623명이다.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강생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서울전문교육원의 3월 수강생은 623명이다.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강생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수화전문교육원을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수어 전문교육기관으로, 전문수화통역사 양성이 목적이다. 기자는 '입문반' 수업을 듣기로 했다.

이날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만 오전 10시가 되자 5층 강의실은 수강생으로 가득 찼다. 강승욱 강사는 수업 시작과 함께 특시 네 가지가 중요하다면서 화이트보드에 △표정 △동작(제스처) △방향 △위치를 썼다.

강 강사가 '힘들다'는 단어를 표현해 보였다. 엄지와 검지를 콧구멍에 댔다가 코피를 쏟듯이 밑을 향하며 손을 활짝 펴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표정.' 웃으면서 해도 안 되고, 무표정해도 안 된다. 정말 코피 쏟듯 힘든 표정으로 수화를 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할 말을 잃다'는 단어는 왼손가락 사이에 오른손을 끼웠다가 빠르게 빼주면 된다. 마치 혀가 나왔다가 빨리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도 '망연자실'한 듯 모든 걸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야만 의미를 구현할 수 있다.
지난 15일 오전서울수화전문교육원 수어 입문반 수업 도중 강사와 수강생들이 아픈 팔을 풀기 위해 막간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15일 오전서울수화전문교육원 수어 입문반 수업 도중 강사와 수강생들이 아픈 팔을 풀기 위해 막간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연습하다보니 평소 잘 쓰지 않던 얼굴 근육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어의 특징은 '밝고 경쾌하며 살아있는 표정'이다. 이 때문에 수어를 배우는 이들 중엔 연기자나 서비스 직업 종사자도 많다.

김선희 서울수화전문교육원 과장은 "뮤지컬·연극배우들이 수화를 배우면 연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비행기 승무원이나, 치과의사 등 사람을 대하는 이들도 수화를 배우며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법을 익혀가곤 한다. 이를 통해 농인들과 장벽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건 덤이다.

수업시간 내내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던 강두희씨(50)는 "수화는 활발하고 살아 있는 언어인데, 방송사에서 나오는 수화통역사들은 표정이 경직돼 있다"며 "무표정이라서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으니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인(聽人·농인이 아닌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들이 별 표정 없이 말하는 걸 대화의 '표준'이라고 생각해 '무표정'으로 통역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사진제공=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김 과장은 농인과 청인들은 다른 언어를 쓰는 만큼 다른 사고방식, 다른 문화(농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이 같은 점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인 사회는 굉장히 좁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음부터 볼 수 없는 게 아니다. 강간을 당하고도 다음날 웃으며 인사해야 하는 게 농인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성폭행을 몇십년간 참고 나중에 고소하니 '청인'으로서 '농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검사가 '왜 계속 사이좋게 지냈냐'고 따져물은 적이 있다. 농문화나 농인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농인이 차별받는 일이 지속적으로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 곳에 모인 이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김선영씨(49)는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친절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던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다시 겪지 않으려고 수화를 배운다"고 말했다.
[빨간날] "고마운 맘 전달하려고"… 수어 배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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