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두 번째 청문회 D-5, 관전 포인트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연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3.2/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위한 두 번째 국회 인사청문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이 총재가 4년 전 청문회 문턱을 넘었던 만큼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청문회 내용도 지난 4년과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주열 2기' 출범 전 최근 경기 판단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이 총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정책청문회' 예상…'저금리 책임론' 나올 듯=16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전 10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청문회를 앞두고 기재위원들의 자료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이미 800건이 넘는 청문회 요구자료와 서면질의서가 한은에 제출됐다. 4년 전 청문회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위원들은 청문회 5일 전인 이날까지 서면 질의서를 보내야 한다. 구두 질의의 경우 요지서를 개회 24시간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요구자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질의 대부분은 이 총재의 개인 신상 보단 정책 관련 사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 재임시절 한은은 기준금리를 5차례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전까지 1.25%의 사상 최저금리 상태가 지속됐다.


이미 지난해 한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비판했다. 한은이 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1450조원를 넘어선 가계부채 급증세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의 금리 정책 방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총재 연임 여부와 연관지어 예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임 결정 이후 확산된 금리 조기인상설을 일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미 금리역전기 자본유출 위험성에 대한 한은의 입장과 대응책, 4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의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이에 한은도 청문회 태스크포스(TF)를 정책팀 중심으로 꾸려 관련 질의에 준비하고 있다. TF에는 총지휘를 맡은 기획협력국 담당 임형준 부총재보 외에 박종석 통화정책국장을 중심으로 정책 담당 주요 팀장들이 포함됐다.

◇5시간 질의 끝 '만장일치' 통과…4년 전 청문회 어땠나=2014년 이 총재의 첫 청문회 당시에도 도덕성 검증보다는 한은 주요 부서를 거친 '한은맨'으로서 통화정책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은 △통화정책 관련 시장과의 소통 문제 △금리정책 실기(失期) 논란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을 주로 물었다.

도덕성 관련 질의는 장남이 강원학사에 들어가기 위해 강원도 조부 댁으로 주소지 이전을 했다는 지적 한 차례에 그쳤다. 청문회 때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여야 공방과 대립은 없었다.

이에 이 총재의 청문회는 오전 10시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났다. 중간 2시간의 정회시간을 빼면 5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종료됐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종료 즉시 청문경과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청문회 질의 내용도 눈길을 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지적했고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은 지역본부 역할 강화 △아시아 금융시장 통합 노력 등도 주문했다.

◇임기 중 재산 8억 불려…도덕성 검증은=일부 의원들은 이 총재의 재산 변동 등 신상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4년간 이 총재의 재산은 장녀의 재산을 포함해 8억5841만원 늘었다. 우선 예금이 4억786만원 증가했다. 2014년 취임 당시 4억9000만원으로 신고됐던 서울 상도동 아파트를 1가구 2주택 상태 해소를 위해 지난해 7억3000만원에 매도하면서 2억4000만원의 차익도 발생했다.

8억4000만원짜리 서울 하왕십리의 아파트 전세는 상도동 아파트 매각 대금에 1억1000만원을 보태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남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선 이미 4년 전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된 상태다. 당시 이 총재는 장남이 농구 경기를 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해 5급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