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민간에 의결권 권한 위임…"주주권 강화에 증시도 촉각"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3.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민간 전문가에 의결권 행사 권한을 일부 위임키로 했다. 또 올 7월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시키로 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에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인 만큼 주목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의결권행사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금운용위원 3명 이상이 요구하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안건 부의 요구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2006년 설치된 전문위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일종의 독립기구다. 국민연금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기금운용본부에 설치된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하고 있는데,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에 대해선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해당 안건을 전문위에 넘기지 않아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의결권행사 지침 개정 요구가 제기돼 이번에 외부 전문가인 전문위로 권한을 일부 위임한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이 갖고 있던 안건상정 권한을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도 공유하게 된 것"이라며 "의결권행사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전문위에 넘길 경우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간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지난해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안건 중 10건만 전문위가 심사했는데 앞으로도 대략 이 수준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어떤 의도도 의지도 없다"고 일축했다.

개정안에는 배당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연계 방안도 담겼다. 기업에 '합리적 배당정책'을 수립하라는 압박이다.

국민연금은 2006년부터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정책을 알려달라는 취지로 '기업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대화를 거부한 기업에 대해 다음연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와 감사, 감사위원 등 경영진의 선임을 반대하기로 하고 이를 지침에 명문화했다. 또 '깜깜이 배당'을 고수하는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도 반대키로 했다.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는 오는 7월쯤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289개사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주주가치 강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증시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