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양성평등 강화, 女 경제활동 참가 늘린다"

1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인천 여성 채용박람회'를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2017.9.13/사진=뉴스1

여성 고위직 비중이 높고 성별 임금 격차가 적을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과 서비스업 비중 증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렸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18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주요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1998~2014년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OECD 회원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1991년 57%에서 2016년 63.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69.6%에서 71.7%로 오른 반면 남성은 82.4%에서 80.0%로 하락했다. 남녀간 격차는 25.5%포인트에서 16.4%포인트까지 줄었다.

보고서는 OECD 회원국에서 △경제 및 노동시장 구조 변화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강화 크게 3가지 요인이 15~6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내 서비스업 비중 △여성 근로자 중 시간제 비중 △정부 교육비지출 중 미취학 교육 비중 △여성 국회의원 비중 △남성 임금대비 여성 임금 비율 5가지 변수를 분석에 활용했다.

추정 결과 5가지 변수 모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의 양(+)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공정한 기회 제공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에 필수요소"라고 설명했다. 경력 단절이나 승진 제약 등 남녀 차별은 임금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해 여성의 근로 의욕을 낮춘다는 얘기다.

유럽 주요국의 상장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보면 2004년 8%에서 2016년 26.2%로 큰 폭 상승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 중이며 유럽연합(EU)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임금격차를 완화해 가사노동의 기회비용을 높여주는 것은 여성의 신규 노동시장 참여 유인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OECD 회원국의 남성임금 대비 남녀 임금격차는 1996년 19.4%에서 2016년 14.1%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한국은 임금격차가 36.7%로 OECD 주요국 중 1위였다.

아울러 일·가정 양립 정책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었다. 우선 정부의 보육 지원은 전업주부가 육아활동을 하는 기회비용을 높여 노동시장 참여를 늘린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많은 북미·유럽 국가들은 여성근로자의 보육 애로가 동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제도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OECD 회원국의 여성 출산휴가·육아휴직 기간은 1990년 40주 내외에서 2016년 50주 내외로 길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북유럽 선진국들은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와 불이익 방지에 노력하면서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이 40% 이상인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주요국에선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유럽의 경우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대로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줄어들면 전체 경제활동인구가 6%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까지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25% 축소될 경우, 전세계 GDP를 3.9%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6년 기준 58.4%로 OECD 평균(63.6%)에 크게 못 미쳤다. 남성과의 격차는 20.5%포인트로 OECD 평균(16.4%포인트)보다 높다.

보고서 집필진은 "우리나라도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노동공급 증대 측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향후 보육 지원 제도 확충, 육아휴직 활용 제고 등을 통한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