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FRB 의장, 이번주 첫 의사봉…'곡예' 성공할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AFPBBNews=뉴스1

오는 20~2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제롬 파월 FRB 의장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달 취임 후 처음 주재하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그는 올해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FRB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봤다. 금리선물시장에서 본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90%가 훌쩍 넘는다.

투자자들이 더 주목하는 건 금리인상 속도다.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예고대로 3번에 그칠지, 더 늘지가 관건이다.

FRB가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도 전임자인 재닛 옐런 전 의장과 마찬가지로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강조해왔다. 조나단 골럽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주식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CNBC에 "증시는 여전히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한다"며 "파월 의장이 굳이 결의를 불태워 시장을 실망시켜봤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FRB가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4차례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세를 불리고 있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돋보이기 시작하면서다. 올 초 몇몇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생긴 불안감이 지난달 초 뉴욕증시의 조정을 촉발하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미국 경제의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금리인상을 올해 4차례 인상의 시작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스 카펜터 UBS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숨죽이고 있던 지난해에도 FOMC 내부에서 금리인상 속도가 뒤처질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이 너무 더디면 경기가 과열을 넘어 붕괴할 수 있다.

FRB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 가운데 하나가 FOMC 위원들의 전망 분포를 점으로 나타낸 '점도표'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 회의 때 새 점도표가 발표된다. FRB가 이번에도 지난 12월처럼 점도표로 연내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기준금리 점도표/자료=연방준비제도이사회

마켓워치는 지난 12월 점도표에서 올해 4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한 이가 전체 16명 가운데 4명에 불과했다며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이 4차례로 바뀌려면 4명이 더 가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RB가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4차례로 늘릴지 여부를 6월까지 두고 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그때쯤 돼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 효과가 경제지표에 반영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 21일 FOMC가 끝난 뒤에 예정된 파월 의장의 회견이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으로 저금리 기조가 오래 가길 바라면서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번지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면 그가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 데이비스 뱅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시장의 메시지가 미묘하다"하며 "FRB에 '곡예' 수준의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이 모든 FOMC 정례회의 뒤에 기자회견을 하는 식으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은 연간 8회인 정례회의 가운데 분기에 한 번, 연간 4차례만 의장이 기자회견에 나선다. 분기별 회견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이 한창이던 2011년 정례화했다.

문제는 파월이 기자회견 횟수를 늘리는 게 시장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FRB가 그동안 기자회견이 예정된 FOMC 정례회의 때 주요 결정을 해온 만큼 기자회견 횟수를 늘리는 게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FRB가 스스로 만든 덫에 갇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임자들보다 직설적인 파월 의장의 화법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