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38년만에 대수술…4차 산업혁명·혁신성장 뒷받침(종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출범 및 1차 회의 개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4차 산업혁명, 공유경제 등 새로운 경제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혁신형 경제로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경제의 규범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라진 경제환경을 반영하고 실체법과 절차법규를 망라한 종합적인 공정거래법제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과 합동위원장을 맡아 △경쟁법제 △기업집단법제 △절차법제 등 3개 분과에 2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법률 구성체계 개편을 비롯해 전속고발제 개편, 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방안 등 공정거래법 관련 주요 이슈를 총망라한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방침은 1980년 제정된공정거래법이 27차례 부분 수정을 거치며 법적 체계가 흩뜨러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 규제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추가되다보니 법의 사각지대나 법리상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공정위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불복 소송 과정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항공의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예견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사례들에선 개별조항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법체계의 전체적 완결성과 체계성을 제고하고 않고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경쟁제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공정거래법을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 예컨대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담합은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발생해 합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 법에서는 제재가 어렵다.

이외에 해외계열사 관련 공시의무 강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지분율 상향, 공정위 최고회의체인 전원회의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도 특별위원회에서 다룰 계획이다.

특별위원회는 오는 7월까지 5개월간 매주 또는 격주로 회의를 열어 개편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논의 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한 후 연내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산업화 시기에 고도성장기를 배경으로 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재혁이든 갑질근절이든 또는 혁신성장이든 한국경제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21세기의 변화된 경제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법의 기본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