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철강 관세, 韓 입장 반영되도록 노력"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컨벤션센터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미국 정부의 철강 과세 부과 조치는 양국 관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오는 23일 예정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정부 결정 과정에 한국 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김 부총리는 이날 므누신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철강 관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환율 보고서 등 양국 간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 간 양자 회담은 김 부총리가 지난해 6월 취임한 후 네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각각 25%, 10%씩 부과하는 대통령 포고령에 서명했다. 포고령 발효는 오는 23일이다. 포고령 발효까지 관세 부과 면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김 부총리는 한-미 동맹,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 등을 들어 철강 관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므누신 장관을 설득했다.


김 부총리는 "남-북·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 결속력이 중요하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중요해진 시점에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는 양국 관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또 "최근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동향 및 낮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감안할 때 한국은 미국 철강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한국의 철강·자동차 기업이 대미 투자·고용 창출을 통해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4.6%에서 지난해 3.5%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며 "미국 정부의 결정 과정에 한국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어 다음 달 미국 재무부가 발표 예정인 환율 보고서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 김 부총리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경상흑자/GDP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연간 GDP 대비 2% 초과, 8개월 이상 순매수) 등 세 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3개 요건 모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선정한다. 한국은 2016년부터 2개 요건에 해당하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므누신 장관은 "환율보고서가 아직 작성 중에 있는 만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타결되도록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므누신 장관은 굳건한 양국 동맹관계에 기반한 경제·금융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며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 환율보고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수시로 전화통화 등을 통해 긴말하게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