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헌법재판관, 대법원장 '마음대로' 못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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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2018.3.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대법원장이 자의적으로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을 추천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도한 대법원장 권한이 사법부를 관료화·수직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진행되는 '권한 내려놓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다.

업무보고에 따르면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대상자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규칙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 추천위 비당연직 위원에 대한 추천절차를 새로 만들고, 추천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은 대법관 제청대상자 3배수 이상에 대한 추천 권한을 추천위에 주면서도, 제7조 제1항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심의대상자로 제시한다'고 정하고 있다.

특정인물을 추천명단에 올리도록 한 뒤 제청까지 할 수 있어, 대법원장이 원하는 이를 대법관에 앉힐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천위는 사실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취임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의적 제청권 행사를 없애겠다"며 추천위 심의의 충실화·실질화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업무보고는 그동안 실행·추진해 온 내용의 제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김용덕·박보영 전 대법관의 후임에 대한 제청절차를 진행하면서 추천위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대법원장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비당연직 위원(대법관이 아닌 법관)에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던 이성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위촉, 각급 법원의 판사 대표들로 하여금 천거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새로 설치, 자의적 지명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천거·명단공개 등 대법관 제정철차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국회 몫' 3명과 헌법재판소장을 제외하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재판관에 임명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 및 헌법재판관 지명권이 충분한 견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행사됨에 따라 대법원 재판이 대등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사법부가 관료화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후보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추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올해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하게 된다.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 지명도 김 대법원장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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