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임직원들 '갑질', "내 딸한테 BMW 사줘"

경찰이 공사수주 과정에서 고의로 회사 측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대림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뒷돈을 챙긴 혐의로 대림산업 전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검찰에 넘겼다. 공사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수입차와 수억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청업체와 토목공사 추가 수주·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으며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대림산업 전 대표이사 김모씨(60)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챙긴 돈은 약 6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수수한 금품 액수가 큰 현장소장 2명을 구속하고 전 대표이사 김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이 진행한 공사 현장의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을 역임했다.

하청업체인 모 건설사 대표 박모씨는 "하청업체 평가를 잘 해주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대림건설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박 대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시공한 '하남미사 지구 택지조성 공사',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 '시화 상수도 공사' 등 토목공사 하청을 도맡았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림건설 관계자들이 각종 금품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2명 중 백모씨(54)는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딸에게 줄 4000만원 상당의 BMW 1대를 박 대표로부터 받은 혐의다. 또 발주처 감독관들의 접대비 명목 등으로 13회에 걸쳐 모두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권모씨(60)도 구속됐다. 백씨는 발주처인 LH공사의 감독관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10회에 걸쳐 1억4500만원을 받아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공사현장의 총 책임자이며 현장소장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김 전 대표는 당시 토목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며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박 대표에게 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권씨와 백씨, 김 전 대표 등을 모두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박 대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에 트집을 잡거나 공사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밝혔다. 또 "하도급 협력사 관계 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