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돌 '페미니스트 논란'… 도대체 뭘 잘못했을까

가수 아이린(26)과 소설 '82년생 김지영' 표지. /사진=스타뉴스

여성 아이돌을 둘러싼 페미니스트 논란이 거세다. 여성 아이돌이 온라인에서 확산된 젠더 논쟁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은 최근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논란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2' 팬미팅에서 그가 최근에 읽은 책으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꼽으며 시작됐다.


발언이 알려진 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서비스)에는 '페미니스트 서적을 읽는 아이린은 페미니스트'라며 비난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아이린의 사진이나 관련 제품을 불태우고 부수는 모습을 인증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아이린·손나은…여자 아이돌, '페미니스트' 비난 시달려

일부 누리꾼들이 아이린의 사진을 자르고 불태운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젠더 의식을 드러내는 소품이나 발언으로 비난에 시달린 경우는 아이린뿐만이 아니다.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손나은이 혹시 페미니스트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후 손나은 측이 해당 문구는 손나은이 화보 촬영한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이었다고 해명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게시물은 삭제됐다. 손나은 측은 당시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했던 손나은이 글을 올렸는데, 의도치 않은 논란에 본인도 놀라서 글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중적 인기를 끈 책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연예인을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2년생 김지영'은 인터넷서점 YES24에서 '2017년 올해의 책' 1위에 뽑힐 만큼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포트 형식을 차용해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담담한 필체로 담아내며 페미니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책을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 돈으로 먹고사는 게"…"'페미니스트=루저'라고 믿는 이들의 불안감 드러나"

자신을 아이린의 팬이라고 밝힌 A씨(28)는 "일부 팬들이 아이돌을 애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평소에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 덕에 돈을 벌면서 나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된다'는 천박한 소비자 심리"라고 비판했다.

페미니즘 대중화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일부 누리꾼들은 '페미니즘은 남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자신들의 생각과 달리 인기 연예인들이 페미니즘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는 데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남자 연예인과 달리 여자 아이돌을 둘러싼 '페미니스트 논란'이 이어지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여자 연예인에게 과도한 비난이 가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누리꾼들과 페미니즘을 두고 설전을 벌이며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배우 유아인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외에도 가수 넉살, 배우 정우성 등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