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실적 잔치인데 카드사는 3년 연속 뒷걸음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이 3년 연속 감소했다. 대부분 금융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마케팅 경쟁 등의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마케팅 자제, 수익원 다변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17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신용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대비 32.3%(5864억원) 감소했다.


이들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4년 2.2조원 이후 3년 연속(2015년 2.0조원, 2016년 1.8조원) 내리막이다.



특히 8개 카드사 중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사의 순이익이 모두 지난해 대비 줄었다. 신한카드가 2016년 7266억원에서 지난해 4277억원으로 3039억원 줄었고 국민카드 2951억원->1626억원, 삼성카드 3242억원->3161억원, 현대카드 1724억원->1538억원 등으로 감소했다.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어난 비씨카드(1402억원->1441억원) 역시 마스터카드 보유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408억원)을 제외하면 뒷걸음질쳤다.

다만 감독규정에 따른 순이익과 IFRS 기준 순이익은 차이가 있다. IFRS 기준 지난해 순이익은 2조2158억원으로 전년(약 2조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감독규정 기준은 IFRS 기준에 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순이익 감소는 지난해 7월부터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됐고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비용 증가,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발급매수, 카드이용액은 증가했다.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9946만매로 전년말 대비 4.0%, 체크카드는 1억1035만매로 1.7% 각각 증가했다.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788조1000억원으로 5.6%,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은 98조4000억원으로 0.5% 늘어났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카드론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였다.

카드사들의 총연체율은 1.37%로 전년말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지만 카드론 연체율은 2.27%로 소폭(0.01%p) 상승했다.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4.1%로 전년말 대비 1.4%p 하락했지만 기준치(8% 이상)는 크게 상회했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수익원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리가 인상되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원인 카드채 금리도 상승해 조달비용이 높아지게 되고 연체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초 과당경쟁 자제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한 바 있다"며 "제살깎기식 경쟁을 통한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