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수입품에 年 600억달러 관세 물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연간 600억달러(약 64조25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물릴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3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아 연간 600억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미국 관리들은 일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관세 패키지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규모를 2배로 늘리고 부과 대상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제품이 100여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훔치거나 미국 기업에 시장 접근권을 주는 대가로 넘겨 받은 영업비밀로 개발한 제품에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WP는 상황이 아직 유동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데 매우 단호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신문은 관세 패키지가 실행되면 현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중국에 가장 광범위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는 셈이 된다며 이는 세계 양대 경제국의 무역관계를 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에 공감하지만 상당수가 대응전략에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모임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존 프리스비 회장은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개선하는 데 관세가 이롭기보다 해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지, 제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무역 제재가 보복의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도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적절한 대책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데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이를 둘러싼 부품 공급망은 전 세계에 걸쳐 있다.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데 온전히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가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30%가 가전제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애플 주식이 변기통에 빠지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디는 또 중국이 미국에 보복하기는 더 쉬울 것으로 봤다. 당장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과 함께 중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들여오는 대두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두야 말로 순전히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인다고 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주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지에서 중국산 제품을 대신할 저가제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재화 기준)로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375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