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재입찰전에 면세업계 '눈치작전'

롯데면세점이 철수를 선언한 인천공항면세점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재입찰을 두고 면세업체들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상된다. 업계 1위 롯데가 철수한 가운데 신라, 신세계 등이 자리를 꿰찰 경우 업계 점유율 '지각변동'도 가능한 상황이다.

20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롯데면세점이 제1터미널과 탑승동 내 3개 구역 면세 사업권(DF1·5·8)을 반납한 데 따른 후속 사업자 선정 입찰을 이르면 이달말 공고할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2년 후 1조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임대료 부담으로 사업철수를 결정해 오는 7월 초까지만 운영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여객수요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입찰 방식을 고민한 뒤 관세청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말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F1·5·8 사업권은 제1터미널과 탑승동 여객 필수동선에 있는 핵심매장인만큼 영업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부담으로 롯데면세점이 철수한 상황이지만 롯데의 입찰 참여가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막대한 임대료 부담에 사업을 철수했지만 공사 측이 합리적인 가격에 임대료를 제시한다면 입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의 참여가 전망되면서 업계 2,3위 신라, 신세계를 비롯한 동종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신라면세점은 이번 롯데면세점 사업구역을 모두 차지할 경우 1위인 롯데면세점 시장점유율에 바짝 다가설 정도로 점유율 확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판매 매출 기준 롯데면세점이 운영한 인천공항면세점 4개 구역 시장 점유율은 7.7%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에서 롯데면세점 시장점유율은 41.9%, 신라면세점은 29.7%다.

2016년 5월 서울 시내면세점 문을 열며 본격적으로 면세사업에 뛰어든 신세계면세점도 이번 입찰에 참여해 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시장점유율이 3.8%에 불과했지만 시내면세점 안착으로 매출이 큰 폭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두번째 서울 시내면세점인 강남점도 문을 열어 인천점과 더해질 경우 큰 폭의 점유율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하는 임대료 조건 등 입찰 내용을 따져 참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기존 입찰처럼 최소보장액을 제시하고 이 수준이 면세업계 기대치보다 높을 경우 여러차례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인천공항공사 측이 임대료 조건을 조정해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업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고 신세계면세점도 신규점을 곧 열게 되는만큼 이익관리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든 사드 국면 하에서 손익에 안심할 수 없고 2년여라는 짧은 기간의 운영자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천공항공사 입찰 조건에 따라 눈치작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제2터미널 개항에 따라 1터미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공항과 면세업계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철수 이후로도 신라, 신세계가 인천공항공사를 대상으로 임대료 추가 인하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에스엠(SM), 엔타스, 시티플러스, 삼익 등 중소중견기업들도 21일 임대료 조정안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