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는 귀찮고, 완제품은 심심"…'반제품'이 뜬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사진=이미지투데이

#요리가 취미인 김모씨(27)는 취업한 후에는 레시피대로 손질된 재료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장을 보고 재료 손질하기 빠듯해졌지만 요리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 김씨는 "짧은 시간에 편리하게 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손질된 재료를 받아 소비자가 마무리해 완성하는 '반(半)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제품은 기성품 구매의 편리함과 DIY(Do It Yourself) 제품의 재미를 모두 갖췄다. 요리부터 가구, 패션소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반제품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식재료 배송서비스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은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IKEA)도 대표적 반제품 판매업체로 꼽힌다.

반제품의 매력은 재미와 특별함이다. 제품 구매뿐 아니라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SNS(소셜미디어서비스)에는 가족, 친구와 함께 완성한 제품을 담은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반제품 가구를 구매한 직장인 남모씨(36)는 "완제품은 그냥 사면되는데 반제품은 만드는 데 시간도 들고 힘들었다"면서도 "뭔가를 만드는 일이 오랜만이라 재밌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모씨(25)는 반제품 서비스에 대해 "여자친구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게 로망이었지만 요리실력이 부족해 포기했다"며 "다듬어진 재료를 받아서 레시피를 따라하기만 하면 돼서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가성비도 반제품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가구기업 이케아는 반제품 판매로 성공한 대표 케이스다. 이케아의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반제품 판매로 인건비를 아껴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이케아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제품 서비스가 소비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반제품은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편리할 뿐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다. 특히 제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점도 소비자들의 선호를 끌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80년대부터 반제품 서비스가 보편화됐다"며 "국내에도 가성비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