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강화' 헌법개정안에 산업현장 노사갈등 증폭 우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형연 법무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과 함께 대통령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발표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밝힌 헌법 개정안에 담긴 노동자의 권리 강화 방안이 오히려 현장의 노사 분규를 더 많이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노동 관련 세부사항을 명시할 경우 근로기준법 등 하위법령들의 적용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쳐 현장의 갈등을 야기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개헌안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에게는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국제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계약은 사적 자치의 형태로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헌법에 명시할 사항이 아니다”며 “헌법은 오랫동안 융통성 있게 해설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세칙 수준에나 들어갈 조항들을 법조항들을 헌법에 삽입할 경우 산업계에서 이에 대한 해석 문제로 수많은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 있다”며 “개정안에 세세하게 명시되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현장의 노사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적정임금이라는 것도 시장에서 이뤄지는 힘의 균형 안에서 생산성을 반영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개정안은 조용필과 모창가수가 똑같이 노래를 3분 부른다고 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걸 국가가 강제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고용노동정책 관련 사항은 추상성·개방성을 기초로 국가의 근본규범으로 기능하는 헌법에 직접 반영하기 어렵다”며 “법률과 구체적인 정책 수립 단계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단축과 함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고용의 경직성을 강화해 기업들의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안정을 헌법에 명시하기보다는 유연한 고용을 가져가되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요구되는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헌법에 명시해 고용경직성이 높아질 경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