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밀려 파산한 토이저러스, 매장까지 넘길까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유기농 식품 소매업체 홀푸드마켓 매장 450여개를 인수했다./사진=블룸버그

미국의 한 토이저러스 매장/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최근 파산한 장난감 소매업체 토이저러스의 미국 매장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산보호 신청 중인 토이저러스는 지난 14일 낸 성명에서 미국 내 735개 매장을 청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 매장 인수를 검토한 건 토이저러스의 완구 유통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존에 추진하던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해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의 매장 450여개를 인수했고,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와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여는 등 오프라인 전략에 집중해 왔다.

추가될 매장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의 전시 및 판매 공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도시 거점에 위치한 매장들은 물류 창고로 활용해 온라인 배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유기농 식품 소매업체 홀푸드마켓 매장 450여개를 인수했다./사진=블룸버그

아마존의 매장 인수가 실현되면 토이저러스는 자신을 무너뜨린 아마존에 매장까지 넘겨주는 '비운'을 맞게 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토이저러스의 몰락이 닷컴버블 시대에 아마존과 맺은 계약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주는 계약을 맺었다.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아마존과 협력하는 지름길을 택한 셈이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과 같은 쇼핑 대목에 매출이 급증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둘의 제휴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존은 다른 완구회사들과 계약을 맺었고 토이저러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토이저러스는 2004년 소송을 통해 아마존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2006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여는 등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 장난감 시장엔 거대한 유통 공룡 아마존이 자리 잡은 뒤였다. 아마존과의 격차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