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대책서 빠진 3539 청년창업가 "청춘을 돌려다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하는 A씨(37)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 중 청년 창업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눈여겨보다 실망에 빠졌다. 39세(이하 만 나이)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한 기존 청년 창업 지원 정책과 달리 이번 세제 혜택은 34세 이하 청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정책에 따라 청년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창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책마다 청년 기준이 달라 청년 창업가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35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들이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 창업 지원 대책은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근거로 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나 창웝기업지원자금 중 청년전용창업 등이 이런 규정을 적용받는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 중 중기부 소관사업도 마찬가지다. △6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 투자 △청년몰·창업공간 확충 등은 39세 이하가 대상이다.

반면 청년 일자리 대책 중 5년간 법인세·소득세 100% 감면 정책은 15세 이상 34세 이하가 대상이다. 세제 감면 혜택이 조세특례제한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개정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현재 청년 범위는 15세 이상 29세 이하다.

◇35~39세 창업자 세제혜택 못받아…창업 평균 36세


조특법을 개정해도 35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들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문제는 창업 직후 기업들의 대표자 나이가 여기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이 2016년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창업자들의 창업 평균 나이는 36세다. 창업 직후 세제 혜택이 필요한 기업들 대부분이 사각지대에 집중된 것이다.

2년 전 창업을 한 36세 B씨는 "정부 지원을 스스로 찾아다녀야 하는 청년 창업가 입장에서 기준이 통일돼있지 않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청년 창업 활성화 대책이 청년 일자리 대책과 함께 발표되면서, 취업·창업의 소득세 면제 혜택에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일단 이번 대책에서는 34세 이하에 맞춰 시행했지만 앞으로도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지자체마다 달라…정치권도 고무줄

청년에 대한 규정이 다른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고용부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청년은 15세 이상 29세 이하, 농림축산식품부나 해양수산부 지침상 청년은 18세 이상 39세 이하다. 지자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보다 중구난방이다. 경기도는 19세 이상 34세 이하, 경북도는 15세 이상 39세 이하, 성남시는 19세 이상 24세 이하, 부산시는 15세 이상 29세 이하 등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작 입법권한을 가진 정치권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게 청년의 범위를 고무줄식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기준을 만 45세 이하로 추진했다가 비판이 일자 39세로 하향했다. 19대 총선에서는 만 35세 이하로 정했다.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역시 청년 기준을 45세로 규정하고 40세 이하에 청년신인 가산점을 부여했다가 논란이 됐다.

◇"청년 용어 일관된 기준 가져야"…입법 제자리

전문가들은 이같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책에서 사용되는 '청년' 용어만큼은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창주 수원대학교 창업지원단 교수는 "정책마다 대상을 39세 이하, 34세 이하 등으로 따로 정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청년의 기준을 하나로 통일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청년 범주를 모든 법으로 일괄규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취업·창업 정책에서의 청년의 대상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취업난 등으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지면서 청년의 범위도 조금씩 수정되면서 혼란이 발생하는 모습"이라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범부처간 논의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도 청년의 범주를 규정하는 청년기본법안 등을 발의했지만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년 나이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청년기본법안은 20대 국회에만 4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서 계류된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청년 정책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려고 하지만 아직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