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동원 가능한 '만 19세' 특별공급 당첨 '금수저 청약' 논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에서 오픈한 가운데 많은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분양가 14억원 강남 최고급 아파트에 1999년생이 특별공급으로 당첨됐다.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위해 도입한 특별공급이 취지와는 달리 '금수저'를 위한 편법 청약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특별공급을 실시한 결과 1999년생 김모씨가 최연소 당첨자로 선정됐다. 김씨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84㎡(이하 전용면적)를 당첨받았다.

기관추천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북한 이탈 주민, 우수선수 등을 대상으로 각 담당 기관의 추천을 받아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라는 점이다. 김씨가 당첨받은 84㎡의 경우 분양가는 12억5000만~14억3000만원 수준이다.

김씨를 포함 기관추천 당첨자 중 1990년대생은 총 3명이다. 1980년대생도 6명이 있었다. 전체 기관추천 당첨자 105명 중 1980~1990년대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였다.

특별공급 대상자라고 무조건 저소득층은 아니지만 나이 어린 당첨자라면 본인의 소득보다 부모 등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청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특별공급을 이용한 '금수저 청약'인 셈이다.

분양 관계자는 "1999년생 당첨자는 장애인 추천으로 당첨자가 된 것"이라며 "추천 기관의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이상이 없어 접수 받은 것이지 편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기관추천 외에도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다자녀 168가구 △신혼부부 119가구 △노부모부양 52가구 등 특별공급으로 총 458가구가 공급됐다. 지난 20일 특별공급을 진행할 때만 해도 "수십억원 짜리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는 특별공급 대상자들이 있겠냐"는 시각이 많았지만 청약결과 모델하우스에 1300여명이 몰려 이 중 990명이 접수했다. 최종 당첨자는 444명이었다.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특별공급에 1000명 가까운 청약자들이 몰린 것은 비싼 분양가에도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일명 '로또 아파트'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나 다자녀, 장애인처럼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청약 광풍이 이어지면서 특별공급이 본래 취지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편법 청약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