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강남 재건축 공사비 5400억 부풀려 '수사의뢰'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현장. /사진=뉴스1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5400여억원 가량 공사비를 부풀린 사실이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위반사항에 대해 수사의뢰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권 5개 재건축 사업자을 대상으로 서울시와 함께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점검을 실시한 조합은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현대건설, 이하 시공사) △반포동 신반포15차(대우건설) △서초동 신동아(대림산업) △방배동 방배6(대림산업) △방배동 방배13(GS건설) 5곳이다.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들로 이번 점검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76건의 적발 사례 중 시공사 입찰 관련 위배사항이 11건이었다. 무상 제공하기로 한 품목을 실제로는 공사비에 포함시켜 유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5개 조합 4개 시공사가 모두 적발됐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공사를 수주하면서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특화 품목 5026억원을 총공사비 2조6363억원에 포함시켰다. 공사비를 실제보다 5000억원 가량 부풀린 것이다. 이는 향후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거나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하면서 조합원당 이주비 7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향응제공 아니냐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른 조합에서도 △천정형시스템에어컨 등 20개 품목 232억원 △행주도마살균기 등 19개 품목 109억원 △전기차충전기설비 등 110개 품목 56억원 △전력 회생형 엘리베이터 1개 품목 7600만원 등을 중복 청구해 공사비를 부풀렸다. 5개 현장에서 과다 청구된 공사비는 약 5424억원이다.

수주할 때는 조합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고 약속했으면서 계약하고 나서는 공사비를 부풀려 조합에 손해를 입힌 셈이다. 국토부는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적발된 4개 건설사 모두를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조합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시공사 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조합 운영과 관련한 위배사항도 걸렸다.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3개 조합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조합의 임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조합임원이나 총회 미참석자 등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수당 7건 2억7000만원은 조합에 다시 환수하도록 조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후에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로 합동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조합에서도 회계감사 제도를 이용해 자체 검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