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스스로 '방어권 포기'…구속여부 이르면 오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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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2018.3.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와 다스 관련 35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구속 여부는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로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당초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지 하루만인 20일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이같은 취지가 담긴 불출석 사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을 듣는 심문을 진행할지 고려했으나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는 이상 심문을 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서류심사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기소)과 달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이어 영장심사에도 출석해 직접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청사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영장심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1997년 도입됐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던 방식과 달리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후 결정하는 제도로, 일종의 인권보호 강화 절차인셈이다.

통상의 경우 피의자가 직접 영장전담 판사 앞에서 진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 방어권마저 포기하면서 스스로 '구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병박 전 대통령 사저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2018.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 전 대통령은 Δ다스 비자금 조성 관련 348억158만5074원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Δ다스 법인세 31억4554만6619원 포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Δ다스 투자금 140억원 회수 및 처남 김재정씨 명의 차명재산 상속 관련 공무원 동원(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또 Δ다스 소송비 대납 등 삼성그룹 자금 67억7401만7383원 지원(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Δ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5억500만원 상당 국정원 특활비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등손실) Δ이팔성 등 공직임명 대가 36억6230만원 금품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Δ대통령기록물 3402건 은닉(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같은 범죄사실 일체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하고 Δ범죄혐의의 소명 Δ범죄의 중대성 Δ증거인멸의 우려 Δ도망의 염려를 근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는 이 사건 수사가 자신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영포빌딩 압수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반납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태도에 비춰 향후 증인들을 회유, 협박하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왜곡을 시도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종범'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구속기소)과 증거인멸 혐의로 실무자급인 이영배 금강대표(구속기소),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구속기소) 등이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동일한 사안 내 형평성 문제도 강조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측 입장을 들을 수 없게 된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과 혐의소명 여부를 고려해 구속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차명재산은 없다" "다스 비자금 횡령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삼성 소송비용 대납은 로펌회사가 무료로 소송을 도와준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 등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류심사는 판사가 직접 피의자에게 질문하고 피의자가 답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8시간30분으로 최장시간 영장심사를 기록한 박 전 대통령보다 구속 여부가 다소 일찍 결정될 전망이다.

심사 결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 전 대통령은 그 즉시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논현동 자택에서 압송돼 구치소로 호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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