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극, 내용·형식 다양…獨 넘어 유럽에 알릴 것"

2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독일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 한국주간 행사 기자간담회에서 홀거 슐체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축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독일의 대표적인 연극 축제에 국내 연극 작품들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소개된다.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 (Heidelberger Stueckemarkt)'에 한국 연극과 희곡, 전시, 공연 등 총 8개 작품이 무대에 올라 독일을 비롯한 전세계 관객과 만난다.


2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 한국주간 행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홀거 슐체(Holger Schultze)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반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한국 연극이 규모도 크고 다양한 작품이 많아 상당히 놀랐다"며 "그동안 다른 나라와도 협업을 해왔지만 특히 한국은 협업에 개방된 자세, 모든 일이 복잡하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1984년부터 시작된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는 매년 8000여명이 찾는 독일의 대표적 공연예술 축제다. 독일과 해외 공연예술, 희곡, 그리고 타 문화의 미학을 알리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공연계 국제적 흐름에 따라 2001년부터 주빈국 프로그램을 시작해 해외 국가 한 곳을 정해 그 나라의 작품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 주빈국으로 한국을 선정했는데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이다. 주빈국 초청을 위한 스카우트 작업에 참여하는 독일 유명 비평가 유르겐 베르거가 한국을 방문해 다수의 작품을 접하면서 한국 연극에 매료된 것이 계기가 됐다. 슐체 감독은 "유르겐 베르거씨가 앞선 다른 국가와의 협업에서 알게된 한국 연극계에 흥미로운 점에 대해 이야기했고 올해 협업 국가로 한국을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다음달 20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한국주간 행사는 27일부터 3일간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올해 50주년을 맞은 주한 독일문화원이 함께 진행하는 한독문화예술 공동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 기간 연극 3편, 희곡 3편, 공연과 전시 각각 1편 씩 총 8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연극으로는 극단 여행자의 '로미오와 줄리엣', 성북동 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비포애프터'다. 희곡은 김재엽의 희곡 '알리바이 연대기', 고연옥 '처의 감각, 이양구 '노란 봉투'가 오르며 전시 부문에 김황의 '모두를 위한 피자', 공연은 민요록밴드 '씽씽밴드'가 현지 관객과 만난다.

슐체 감독은 "우리 축제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국제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가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연극만이 가진 장점은 주제 뿐만 아니라 형식도 다양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한국 연극을 알리고 싶었고, 우리 축제 목표에도 잘 부합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품들을 독일을 넘어 세계에 알리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독일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 한국주간 행사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이경성 연출가(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 고연옥 작가(처의 감각), 양정웅 연출가(극단 여행자), 홀거 슐체 예술감독, 르테 그뢰쉬 드라마투르거, 김재엽 작가(알리바이 연대기), 김현탁 연출가(극단 성북동 비둘기)/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축제의 드라마트루거 르네 그뢰쉬(Lene Groesch)는 "좋은 작품이 워낙 많아 초청작 선별이 쉽지 않았다"며 "내용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한국 작품의 언어가 갖고 있는 미학적 아름다움에도 주목했다"고 말했다.

극단 여행자의 이양우 연출은 "연극·희곡·음악·전시 등 한국의 예술 분야가 잘 소개돼 독일과 한국간 긴밀한 유대 관계와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한국만이 가진 역사·정치 등이 반영된 문화 예술이 독일 관객에 다가서서 낯설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연옥 작가는 "지난 정부에서 한국 연극계는 블랙리스트 등으로 큰 진통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예술의 공공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창작의 자유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며 "이번 축제에 블랙리스트로 고통 받았던 동료들도 함께 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한국 연극 독일에 큰 인상을 남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슐체 감독은 "한국 연극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어 알고 있다"며 "예술가들을 금전적 혹은 다른 형태로 핍박하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도 헝가리와 터키 등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국가들이 있는데 '아티스트 인 리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핍박받는 예술인들을 피신시켜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