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발 대출절벽 없었다…금융권 이례적 자율인하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 안전망 대출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됐지만 저신용자 대출절벽 등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권이 이례적으로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낮춰주면서 정부의 안전망 대출 등 대환 상품도 인기를 끌지 못했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대부업체는 지난달 8조9000억원의 가계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지난 1월 10조1578억원보다 줄었지만 설 연휴 등으로 지난달 영업일이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폭 증가한 셈이다.


당초 최고금리가 27.8%에서 지난달 8일 24%로 인하되면 저신용자가 대부업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됐지만 대부업 대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큰 부작용은 없었다. 지난달 전체 신규대출 중 신용등급 7~10등급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4.7%로 지난해 12월 26.8%, 지난 1월 24.1%와 차이가 없었다.

금리인하 효과는 기존 고금리 대출자에게도 돌아갔다. 금융권이 금리 24%를 초과하는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춰준 덕분이다. 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 3개 업권은 103만4000명의 대출 1조7700억원의 금리를 낮췄다. 이에 힘입어 24% 초과 대출 차주 수는 지난해 말 382만900명에서 지난달 말 269만2000명으로 30%가량 줄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기존 초과 대출을 해소하는 데 한달에 10만명씩 2~3년이 소요되는데 금융권이 이전과는 다르게 자율인하에 적극 나서면서 해소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고금리 인하 후폭풍을 대비해 마련한 정책금융 상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상환능력에 따라 24% 초과 차주에게 △햇살론 대환 △바꿔드림론 △안전망 대출 등 대환 상품을 지원하는데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신청한 차주는 914명, 13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3년간 1조원을 지원할 예정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절반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안전망 대출은 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도입됐지만 지원자가 1명에 그쳤다. 이에 금융위는 안전망 대출 지원 요건을 만기 임박기준 3개월에서 6개월로 완화하고, 성실상환 시 금리인하 혜택을 기존 6개월마다 최대 1%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해 오는 26일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머지 200만명 이상의 차주도 고금리 대출에서 갈아탈 수 있도록 안전망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정책금융상품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