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중단' 초강수에도…대기업 무반응에 주물업계 '냉가슴'

중소 주물업계가 납품단가 인상을 놓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납품단가 미인상시 생산중단이란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업계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전국 225개 회원사를 가진 주물공업협동조합은 22일 대구에서 회의를 열고 1달간 진행된 납품단가 인상 협상 경과에 대해 논의했다. 조합은 최근 한달간 원청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단가 인상 약속을 받아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업계에서는 별다른 소득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에 26일 서울에서 추가회의를 열고 생산중단 등 향후 조합의 행보에 대해 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납품단가를 kg당 201.9원 올리지 않을 경우 23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합은 최저임금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업계 전체가 존폐기로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2008년부터 연간 최저임금은 99.7% 인상됐고, 전기요금도 계절별 차등요금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하지만 납품단가에는 고정요금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매출액이 5년간 31.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 카드에도 대다수 원청업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다수 회원사들의 납품을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업계로부터의 반응이 차갑다. 주물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및 1차 협력업체들이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차라리 '요구 인상액이 너무 높다'고 지적해주면 인상폭을 조절이라도 할 텐데 반응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난감한 입장이다. 실제로 생산 중단을 감행할 경우 주물업계가 입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기업이야 중국산 주물을 수입하든,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주물업체를 사용하든 다른 곳에서 납품받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우리는 생산을 멈추면 그대로 밥줄을 끊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조합은 지난해 6월에도 납품단가 미인상 시 생산중단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경고가 당시에도 별다른 효력을 거두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갈수록 협상 카드만 무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렇다고 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공정위의 조정 절차를 거치면 일시적으로 납품단가가 인상될 수 있지만, 추후 신규 물량 배정 중지 등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하도급법에 조정신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