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호선' 담은 개헌안…"대통령 영향력 여전" 지적도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이균진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 개헌안 중 권력구조 개편 등 정부 형태 및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18.3.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들이 선출할 경우 소장 임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헌법재판소 구성은 여전히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구조여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2일 발표한 개헌안에서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 조항을 삭제했다. 소장을 재판관들이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논란이 많았던 소장 임기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헌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재판관 호선에 의한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고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면서도, 소장의 임기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소장의 임기를 재판관 잔여임기로 볼 것인지 소장 임명 시 새롭게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이 소장에 지명됐을 때다. 노무현 정부는 윤영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을 앞두고 전 재판관을 후임자로 지명했는데, 전 재판관은 6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재판관직에 대한 사표를 냈다. 소장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는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명 103일 만에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대통령의 헌재소장 지명권 문제는 지난해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이수 당시 소장 권한대행(헌법재판관)에 대한 소장 임명동의안은 3개월 넘게 국회에서 계류하다 결국 부결됐고, 청와대는 별도의 소장 지명 없이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소장 임명을 유보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국정감사 파행으로 이어졌다. 헌재가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은 재판관에게 사실상 소장과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헌재소장 호선제는 헌법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된 재판관회의를 통해 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장 임기 문제는 물론, 빈번하게 발생한 '소장 공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통령이 아닌 헌법재판관 스스로 소장을 임명하게 되면서 헌재의 독립성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헌재의 주된 업무는 공권력 행사에 대한 한계를 명확하게 선언해 그 행사를 취소시키는 일"이라며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대통령의 임명권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말했다.

정부 개헌안에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선출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합의체를 통해 정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 개인에 의한 지명권의 자의적 행사를 막겠다는 의도다. 앞서 대법원은 지명권 행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 국민천거·명단공개 등 대법관 제정철차에 준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헌재의 전체 구성을 볼 때는 여전히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구조라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총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다 국회 여당의 지명에도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돼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국회 몫' 3명을 제외하면 재판관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임명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임명되는 헌법재판관이 실질적으로 7~8명에 이르는 현재 상태로는 헌재소장 호선제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재판관 구성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개헌안은 헌재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법관자격'을 갖지 않은 자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3명으로 구성된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도록 하는 한편, 일반법관에 대한 임기제를 폐지해 법관의 신분보장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배심제, 참심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국민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배심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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